
"계엄 막으려고 나선 순간 '아 나는 엿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날 내가 앞장서지 않았다면 여러분들은 비슷한 나이의 군들과 충돌했을 것이다"
정치 행보를 재개하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대학생들을 만나 정국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청취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낮 12시 서울 마포구 신촌에서 열린 '2025 대학생 시국 포럼'의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서 잠재적 대선 주자로서 목소리를 냈다. 이 포럼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등 8개 대학 총학생회 연합체인 '총학생회 공동포럼'이 주최한 행사로, '대한민국, 그리고 미래세대'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장에는 이른 오전부터 한 전 대표 지지자들이 운집하며 팬 미팅 현장을 방불케 했다. 개강을 맞은 인근 대학생들까지 합류하면서 분위기는 고조됐다. 베이지색 니트에 청바지를 착용한 전 대표는 지지자들과 악수한 후 행사장 안으로 들어섰다.

한 전 대표는 전날 북토크에서와 마찬가지로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는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또 여당 대표를 지낸 사람으로서 굉장히 뜨거운 겨울을 겪게 한 점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입을 뗐다.
한 전 대표는 "우리 당이, 우리 보수가 어렵사리 배출한 대통령이 한 계엄을 여당 대표로서 가장 앞장서서 막는 과정이 괴로웠다"면서 "좀 묻어갈 수도 있었지만 내가 앞장서지 않았다면 그날 계엄은 해지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읽은 저서를 소개하며 12.3 비상계엄이 국민들의 자유를 억압했다고도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고등학교 때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을 좋아했다"며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롭다'라는 묘비명을 소개했다.
이어 "각자 생각하는 자유는 다르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계엄을 했다고 하지만 나는 대통령의 계엄이 오히려 자유민주주의 파괴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누군가 자유를 침해할 때 그것을 나서서 막아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자유"라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일각에서 윤 대통령 탄핵 여부를 두고 말 바꿈이 반복된다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계엄 이후 바뀌지 않은 세 가지 생각이 있다"며 "첫째는 불법 계엄이라는 것, 둘째는 불법 계엄을 한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을 해선 안 된다는 것, 셋째는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탄핵보다 더 나은 기회를 찾으려 했던 것뿐"이라며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것보다 더 일찍 대통령이 스스로 자진하여 사퇴하거나 대통령에 대해 직무집행정지를 신청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최근 여야 정치인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등장하는 '개헌'과 관련해서도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지금 87년 헌법 체제는 유신 체제와 비슷하다"며 "이상한 조항들이 헌법에 많이 남아 있고 그것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법 29조 2항에 근거를 둔 '이중배상금지' 조항을 비판하며 "군인이 사망하면 일반 시민이 사망한 것보다 더 보상의 필요성이 크다"며 해당 조항을 비판했다. 이어 "그것 말고도 이상한 조항 많다. 알게 모르게 우리가 그 이상한 조항의 틀에 맞춰서 사는데 개헌을 통해 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 대표는 20여분의 강연을 마치고 대학생들과 백문백답을 이어갔다. 한 카이스트 재학생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한 전 대표는 "우리 정부가 R&D 예산을 삭감한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며 "내가 막아보려 했지만, 힘에 부쳤다.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아는 척을 하기보단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강을 맞아 대학생들 사이에선 '등록금 인상'과 관련한 질문도 나왔다. 한 전 대표는 "등록금에 관해 획기적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등록금에 대한 정책이 아주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면서 "과거보다 대학에 가는 비중이 굉장히 높고 이로 인한 고통도 크기 때문에 그 정책이 준비되면 바로 말씀드리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국회로 나와줘야 한다"며 "오늘 강연에 모인 분들과 비슷한 수만 국회에 모여도 국회의원들이 무서워할 것"이라고 대학생들의 정치 참여를 호소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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