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들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늘어나며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경기 악화로 상장사들의 사업 계획 수정이 잦아진 가운데 금융당국의 엄격해진 감시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실적 컨센서스(추정치)가 불분명한 코스닥시장의 중소형주에 투자할 땐 더욱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성실공시법인은 공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한국거래소가 벌점 등 제재를 가하는 제도다. 주로 유상증자·전환사채(CB) 발행 취소나 공급 계약 해지 등이 문제가 된다. 15점 이상 벌점이 누적되면 관리 종목으로 편입해 상장폐지까지 될 수 있다.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무척 크다. 금양의 경우 작년 10월에도 불성실공시법인에 오른 적이 있어 투자자 이탈이 두드러졌다. 당시 금양은 몽골 광산의 실적 추정치를 부풀려 벌점 10점과 2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최근 1년 내 최대 액수다. 이 상태에서 벌점 7점 부과로 관리종목이 되자 코스피200 퇴출과 함께 개인(-34억원)을 중심으로 순매도세가 나타났다.
공시가 ‘지뢰’가 되는 상황은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유상증자 결정·전환사채권 납입기일을 6개월 이상 변경한 소재 업체 소니드(-45.3%)와 제주맥주(-7.7%), 2차전지 업체 제이오 인수합병(M&A)을 철회하고 유상증자 규모를 줄인 반도체 기판 기업 이수페타시스(-14.3%) 등이 공시일을 기준으로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채무보증 정정 사실을 지연 공시한 고려아연 주가도 공시 이후 13.1% 급락했다. 코오롱생명과학과 STX처럼 공급 계약 해지나 변경으로 타격을 받은 곳도 있다.
한국거래소가 ‘좀비 기업’ 퇴출에 칼을 빼 들었지만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국내 증시 상장기업 수는 총 2864개다. 작년 동기(2790개) 대비 74개 늘었다. 올해 불성실공시법인 중엔 소니드와 삼부토건의 최대주주였던 디와이디처럼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도 수두룩하다.
한 중소형주 전문 투자사 대표는 “불성실 공시는 주로 조달에서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에 재무 상황이 불안정하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2차전지처럼 업황 전망이 좋지 않거나 충분한 IR(기업설명) 활동이 없는 중소형주는 투자에 신중해야 할 시기”라고 짚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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