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결과는 기대를 따라주지 못했다. 스마트폰 AP는 퀄컴에, 이미지 센서는 소니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는 TSMC란 벽에 막혀 작년에만 1조원 넘는 영업적자를 냈다. 삼성이 그룹 내 최고 기획·전략통이 모인 경영진단실을 투입해 경쟁력 강화 방안 찾기에 나선 배경이다.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양대 축은 반도체 설계 등을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와 다른 회사가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해주는 파운드리사업부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엑시노스 AP뿐 아니라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이미지센서와 디스플레이 화면을 구현하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도 설계한다. 이렇게 설계한 칩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나 UMC 등 대만 파운드리업체에 맡겨 생산한다.숫자만 보면 삼성 시스템LSI사업부는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다. DDI는 세계 1위(작년 점유율 약 30%)이고 이미지센서는 일본 소니에 이어 2위(19%)다. AP 시장 점유율은 5%에 그치지만 ‘톱5’는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성장이 멈췄다는 데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시스템LSI+파운드리) 매출은 2021년 이후 4년째 20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의 매출 비중이 7 대 3인 점을 감안하면 시스템LSI사업부 매출은 수년째 5조~8조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같은 기간 퀄컴 매출은 335억달러에서 389억달러로 16.1% 증가했다.
라이벌 기업에 경쟁력이 밀린 것 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 삼성 모바일경험(MX)사업부가 만드는 스마트폰 갤럭시S25에 삼성 시스템LSI사업부가 제조한 엑시노스2500이 아니라 퀄컴 스냅드래곤 칩이 들어간 게 대표적인 예다. 자동차용 AP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현대자동차에 인포테인먼트용 엑시노스는 납품했지만 자율주행용 칩 입찰에선 퀄컴에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센서는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자국 제품 장착을 늘리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작년 초 시작한 ‘고객사 맞춤형’ AI 반도체 개발 사업도 1년이 다 되도록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네이버와 손잡고 시작한 AI 가속기 마하1은 ‘멈춤’ 상태이고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에 공동 개발을 타진한 마하2의 수주 낭보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외부 고객사를 늘리는 방안 또한 주요 컨설팅 안건이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거론된다. 이들 기업에 이미지센서를 납품하면 단번에 매출과 이익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LSI사업부는 내년 공급을 목표로 빅테크 납품 성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주문형 AI 반도체 설계 사업도 진단 대상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드컴, 마벨 등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에 특화한 경쟁사와 어떻게 차별화할지를 놓고 머리를 맞댈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안팎에선 시스템LSI 감사·컨설팅이 끝나면 진단 결과에 맞게 조직 개편과 후속 인사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