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스크롤링(Doomscrolling)’은 미국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다. 인터넷을 떠도는 부정적인 뉴스를 쉬지 않고 섭취하는 중독 상태를 의미한다. 디지털 플랫폼의 교묘한 알고리즘은 자극적인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면서 가상세계의 덫에서 헤어 나올 수 없도록 한다. 스마트폰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의미 없이 시간을 낭비한다. 온라인 세계에서 멍때리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리의 주의력과 집중력은 흐트러지고, 무감각하고 무기력한 일상이 반복된다.<사이렌의 부름(The Sirens’ Call)>은 온라인과 스마트폰 문화의 단점과 폐해를 통렬하게 지적하는 책이다. 온라인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되어 버린 ‘관심’을 쟁취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소개한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MSNBC 방송 진행자인 크리스 헤이스는 ‘관심 자본주의’의 공격이 개인의 일상뿐 아니라 사회 공동체의 가치관과 질서까지 재편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관심이 어떻게 자본이 되는지 예리하게 관찰하면서 우리의 뇌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본다. 온라인이 제공하는 사소한 즐거움이 우리 자신뿐 아니라 사회까지 타락시키고 있다고 경고한다.

고대 그리스 서사시인 ‘오디세이’에서 영웅 오디세우스는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다 요정 사이렌이 부르는 노래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선원들의 귀에 밀랍을 채워 사이렌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고 배의 돛대에 몸을 묶어뒀지만, 사이렌의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고대 신화에 등장하던 사이렌이 지금은 도처에 깔려 있다. ‘도파밍’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우리는 계속해서 더 많은 자극과 쾌락을 찾아 온라인과 가상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현대 사회의 사이렌은 우리를 완벽하게 강박하도록 설계됐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우리의 침실과 부엌에서 울려대고 있으며, 우리의 관심을 끌기 위해 거대한 제국의 명령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는 각종 사이렌의 부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책은 소셜미디어 알고리즘과 상업적 동기로 추진력을 얻은 무차별적 콘텐츠 폭격이 사회 전반에 혼란과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가장 극단적이고 선정적이며 분노를 유발하는 콘텐츠에 보상하고 있고, 스마트폰 앱은 한 번 발을 디디면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는 ‘슬롯머신 모델’처럼 작동한다. ‘관심’이 주요 자원이 되고 돈을 벌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 돼 정치, 커뮤니케이션, 저널리즘, 여가 활동 등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기쁨 중 하나가 ‘생각에 잠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재미있는 책을 읽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거나, 어려운 과학 이론을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완벽한 몰입의 경험’이다. 하지만 이메일,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등 몰입을 방해하는 적들의 공세가 최근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우리의 마음과 정신이 기술에 파괴되고 있다. ‘내 삶의 주도권은 누가 갖고 있는가?’ 책은 수시로 사이렌이 울릴 때마다 이 질문을 떠올릴 것을 주문한다.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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