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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인간 창조한 여신, 왜 남편 부속물이 되었나

입력 2025-03-07 18:24   수정 2025-03-07 23:47

중국 신화에는 ‘여와’라는 존재가 나온다. 얼굴은 사람이고 몸은 뱀인 여신이다. 흙을 손수 빚어 인간을 창조했다고 전해진다. 남자와 여자를 만들어 맺어준 결혼의 신이자, 무너져 내린 하늘을 메우며 이들을 보살핀 수호신이다. 한국의 마고 할미, 그리스의 가이아 등 창세신화에 등장하는 대지모신(大地母神)의 사례다.

지고지순했던 여와의 위상은 세월이 흐르면서 달라졌다. 대략 한나라 시기 문헌부터 여와는 복희라는 남자 신과 짝을 이루며 등장했다. 음양의 결합으로 만물의 조화를 이룬다는 유가의 이념에 부응하기 위해서였다. 창조신으로 군림했던 여와가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복희의 부속물’ 정도로 격하된 셈이다.

최근 출간된 <처음 읽는 이야기 중국 신화>는 신화의 변천사를 통해 동아시아 지역의 문화적 맥락을 설명한다. 그리스·로마 신화 등 서양의 신화를 주로 접해온 독자를 위한 동아시아 신화 입문서다. 저자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중국 신화학자인 김선자 박사다.

다양한 민족의 신화를 균형 있게 다루려는 작가의 고민이 엿보인다. 중국 왕조 건립 과정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치수(治水) 신화’를 설명하는 대목이 단적인 예다. 범람이 잦았던 만큼 물을 다스리는 것은 중대사였다. 저자는 홍수에서 사람들을 구한 영웅들을 다룬 한족의 ‘곤우치수’와 만주족의 ‘흰 구름 공주’ 이야기를 비교하며 두 민족의 차이를 설명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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