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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쟁이 '신입사원' 연차 잘랐더니…"2000만원 달래요"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입력 2025-03-09 06:00   수정 2025-03-09 07:21



근무태도가 엉망인 직원이어도 그의 연차휴가 사용 신청을 거부했다면 100만원의 위자료를 물어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근로자의 부실 근태에 대한 징계와 법적 권리 통제는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며 "특히 해당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한 경우라면 '불이익 처우'를 한 것처럼 비치지 않게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2월 근로자 A씨가 전 소속 회사 상급자와 인사팀장,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2000만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일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입사 7개월만에 52건 지각·출결누락...연차는 '꼬박꼬박'
A씨는 2023년 4월 한 패션 회사의 '마케팅' 부문에 PD로 입사했지만 불성실한 근무 태도로 회사의 골칫거리가 됐다. 조사 결과 A는 입사한 후 7개월 동안 52건의 지각 및 출퇴근 기록 누락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는 입사 한 달도 안 된 5월 연휴가 끝난 이후 출근하는 날 아침 상급자인 부문장에게 문자로 "연휴 동안 장염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 들렀다 출근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일 통보에 화가 난 부문장은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연휴 지나고 아프다 소리 말고, 정 아프면 응급실 가거나 그게 아니라면 회사에 출근하라'고 면박을 줬다. 이후 A에 '앞으로 연휴 뒤에 이런 문자 보내지 말고 무조건 회사 왔다가 병원 가도록 하고, 아니면 미리 연차를 쓰세요'라고 경고했다.

이후 A는 입사 반년도 안된 10월 또다시 4일간 연차 유급휴가를 사용하겠다고 요청했지만 부문장은 이를 거부했다. 며칠 후 회사는 전체 직원 공지를 통해 "지각 등 근태 사항에 관한 소명 자료를 제출하고 자료가 제출되지 않으면 연차를 차감한다"고 공지했다.

부문장과 갈등을 빚던 A는 인사팀에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문장이 말씀하시는 경우가 있어서 부서 이동을 희망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인사팀장이 부문장에게 의견을 물었고, A가 괘씸했던 부문장은 "A가 그만둬야 (다른) 애들이 정신을 차릴 것 같다"는 의견을 줬다. 이에 인사팀장은 A에 "부문장을 문제 삼으려면 증거가 필요하고, 객관적인 증거가 없으면 무고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인사팀은 A에게도 '지각 및 출퇴근 기록 누락 52건에 관해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A는 반성은커녕 아예 부문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식 신고하고 "괴롭힘을 당했으므로 연차휴가를 쓰겠다"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A를 영업점으로 발령 냈다.

걀극 이듬해 9월 퇴사한 A는 부문장과 인사팀장, 회사를 상대로 2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A는 부문장에 대해서는 "단톡방에서 망신을 줬고 4일 연차휴가 요청을 거부했으며, '그만두게 해야 한다'는 등 보복성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인사팀장에 대해선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고, 부문장에 대해 괴롭힘 신고를 했는데 '무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협박했으며, 괴롭힘을 원인으로 한 유급휴가 요청을 거절하고 영업점으로 발령 냈다"고 주장했다.
○법원 "연차사용 거부는 잘못...100만원 지급하라"
법원은 부문장의 연차휴가 사용 거부에 대해 "근로기준법 위반행위로 A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A의 근무태도 불량 등에서 기인한 점도 있어서 위자료는 100만원으로 정한다"고 판단하고 부문장과 회사가 공동으로 1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시했다.

다만 부문장의 나머지 행동과 인사팀장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위반행위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부문장이 카톡방에서 A를 망신줬다는 주장에 대해선 "부문장이 '미리 연차를 쓰라'고 얘기한 점을 보면 아예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게 아니므로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를 그만두게 해야 한다"는 부문장의 발언과 인사팀장의 경위서 작성 요청에 대해서는 "A가 부서 이동을 희망하자 보복성 조치로 볼 여지도 있다"면서도 "A가 입사한 다음 불과 7개월 만에 52건의 지각 및 출퇴근기록 누락이 발생해 다른 직원보다 근무태도가 불량해 징계할 필요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부문장의 발언이나 경위서 작성 요구가 위법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직원의 근태 불량에 대한 회사 차원의 응징과 해당 직원의 법적 권리 사용을 통제하는 것은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연차휴가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줘야 하고, 회사의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 시기를 변경할 수는 있지만 휴가 사용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며 "A의 근태 불량에 대해 별도 징계 절차나 조치 없이 인사권자가 불이익을 줬다면 법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정 변호사는 "특히 회사와 갈등을 빚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직원에 대해 함부로 인사상 조치를 하면 '불이익 조치'처럼 보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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