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사랑을 확실하고 아름다운 말로 꾸미곤 한다. ‘영원한 사랑’ ‘운명 같은 사랑’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면서. 현실 속 대부분의 관계는 그렇게 낭만적이지 못하다. 후회, 망설임, 미련, 고민, 이런 모호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마음이 모여 사랑의 재료가 된다.
뮤지컬 ‘원스’ 속 주인공 남녀의 사랑 역시 그렇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이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그녀는 새로운 인연을 만났지만 남자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생각하며 쓴 자작곡들이 상처로 남아 음악가로서 꿈을 가슴 속에 묻어둔다. 주인공 여자는 체코계 이민자로 남편과 헤어져 혼자 딸을 키우는 ‘싱글맘’이다. 여자는 가족이 함께하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겉으로는 헤어졌지만 마음속으로는 아직 이별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운명 같은 만남으로 시작했지만 이 둘의 관계는 진흙탕을 걷듯이 답답하고 지지부진하다. 둘의 관계가 점점 깊어지자 여자는 용기를 내 남자에게 체코어로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안타깝게도 체코어를 알아듣지 못한 남자가 무슨 뜻인지 되묻자 이번에는 대답을 회피한다. 남자 역시 여자에게 “함께 뉴욕으로 떠나 음악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여자가 흔쾌히 응하며 “가족도 같이 데려가자”고 말하자 남자는 대답을 망설인다. 다가가고 물러서기를 반복하는 이 둘의 관계는 사랑이 꽃피려는 찰나 허무한 결말을 맞는다.
날것 그대로의 사랑을 묘사하고자 하는 의도는 음악에서도 전해진다. 공연은 오케스트라 없이 배우들이 모든 악기를 연주한다. 배우들이 무대에서 기타 줄을 튕기며 만드는 음악을 통해 오케스트라에서 느낄 수 없는 담백한 진솔함이 전해진다. 무대 위 사람들이 반주에 맞춰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자신의 음악과 이야기를 전하는 한 남녀로 느껴진다. 실제로 음악가이면서 원작 영화에 참여한 창작진이 만든 음악의 힘도 강력하다. 이 작품을 상징하는 주제가 ‘폴링 슬로울리(Falling Slowly)’의 반주가 나오는 순간 객석에서는 숨이 턱하고 멈추는 소리가 들린다.
씁쓸하고 허무한 사랑의 단면을 담담하게 그린 작품. 두 주인공은 이름 없이 ‘남자’와 ‘여자’로 불린다. 두 주인공의 모습에 관객은 자신과 과거의 인연을 투영해서 보게 된다. 사랑을 묘사하는 방법과 무대 위 펼쳐지는 연주가 담백해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는 공연이다. 뮤지컬 ‘원스’는 오는 5월 31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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