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에게 정부 부채가 증가하면 기술개발(R&D) 투자가 감소해 성장률이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랏 빚이 R&D 투자를 억누르면서 성장 악화 정도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부채가 많은 국가의 성장률과 생산성이 하락한다는 연구는 많이 있었지만 이를 R&D 집약도가 높은 기업의 성장률 하락을 통해 나타난다고 분석한 것이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이같은 결과는 한국을 비롯한 36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발견됐다. 분석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은 시기(중앙값 기준)의 산업 성장률은 평균 2.6%로 낮은 시기의 3.2%보다 0.6%포인트 낮았다. 산업별로 보면 연구개발 집약도가 높은 산업에서 성장률 악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구개발 집약도가 높은 산업의 성장률은 부채가 많을 때 2.8%로 적을 때 3.9%에 비해 1.1%포인트 더 낮았다. 집약도가 낮은 산업의 성장률은 각각 2.4%와 2.7%로 0.3%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세버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부채가 더 늘어날 경우 산업별 성장률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상위 25%인 국가의 경우 하위 25% 국가에 비해 연구개발 집약도가 높은 기계산업의 성장률이 저기술 산업(제지 산업) 대비 0.5%포인트 추가로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분석에서 부채가 많은 국가의 화학, 컴퓨터, 의료 산업 등 상위 5개 산업의 성장률 손실 폭은 2%포인트에 달했다. 전체 산업의 성장률이 2.9%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폭의 성장 손실이 나타난 것이라고 세버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이같은 부채 누증에 따른 성장률 추가 하락은 선진국에서만 발견됐다. 63개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이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금융 부문의 개방성이 높은 국가에선 이같은 악영향이 상당폭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채가 많더라도 금융 부문의 높은 개방도로 인해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원활할 수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세버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정책은 단기간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지만 부채가 누적될 경우 투자 환경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혁신 활동이 저해될 수 있다"며 "장기적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MF에 따르면 한국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D2)이 약 56%로 36개 선진국 중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증가 흐름은 뚜렷하다. IMF는 2029년 한국의 부채비율이 60%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현금성 정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오면서 증가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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