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장에서 안 보면 후회할 겁니다.” 봉준호 감독(사진)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미키 17’ 개봉을 앞두고 던진 한마디에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미키 17’이 국내 극장가에 훈기를 불어넣는 가운데 한국 감독 연출작으론 처음으로 북미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글로벌 흥행 질주에 시동을 걸었다.
10일 미국 영화 흥행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미키 17’은 지난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지난 7일 개봉한 뒤 사흘간 북미 3807개 상영관에서 1910만달러(약 277억원)의 티켓 수입을 올렸다. 전 세계 흥행 수입은 5330만달러(약 773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볜하오(編號) 17’이란 제목으로 스크린에 걸린 중국 시장에서도 흥행 중이다. 7일 개봉 첫날부터 중국 박스오피스 5위에 오른 ‘미키 17’은 이날 기준 누적 관객 978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28일 전 세계 최초 개봉한 국내 극장가에서도 열흘 만에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넘어서며 순항하고 있다.
‘미키 17’의 초반 돌풍은 일찌감치 예상됐다. 봉 감독은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를 제외하면 선보인 작품이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겨 흥행 타율이 높다는 점에서다. 전작 ‘기생충’으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오스카상)를 동시에 석권한 거장이 1억5000만달러를 쏟아부은 첫 공상과학(SF) 도전작을 들고 왔다는 소식이 극장으로 향하는 발길을 재촉하는 흥행 보증수표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봉 감독 특유의 영화적 미학인 ‘삐딱한 휴머니티(인간성)’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는 점도 흥행을 이끄는 요소다. ‘미키 17’은 근 미래 우주 식민지 개척 작업에 투입됐다가 죽으면 생체 프린팅 기술로 되살아나는 ‘익스펜더블’(소모품) 미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현실감 있는 SF란 평가를 받는다. 봉 감독이 앞서 “사람 냄새, 땀내 나는 사이파이(sci-fi·공상과학 영화)’”라고 소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에서 계급과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이 주목받는 것과 달리 해외에서 조명되는 영화 속 포인트는 ‘헐크’로 유명한 마크 러펄로가 연기한 독재자 마셜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떠오른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인을 저격할 의도는 없었다”고 선을 그은 봉 감독은 “마셜은 역사상 존재한 나쁜 정치인의 모습을 커다란 용광로에 섞어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나라의 정치 상황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 같은데, 이 역시 영화적 재미”라고 덧붙였다.
영화계에서 “손익분기점까지 낙관하긴 이르다”는 우려가 나오고 북미 현지에선 초반 성적표를 두고 “부진하다”는 실망감도 내비치지만, ‘미키 17’이 침체된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극장으로 오라는 초대장을 내민 봉준호식 극장주의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기울어가는 영화산업에 묵직한 울림을 주고 있어서다.
“어떤 작품이 스크린에 걸리길 기다리고, 개봉하면 곧바로 달려가는 일련의 과정이 ‘시네마’가 가진 소중한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미키 17’은) SF다운 스펙터클한 장면은 물론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를 커다란 스크린으로 볼 때 오는 감동이 있는 영화입니다.”
유승목/안시욱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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