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준 부산시장이 출자자(LP), 세컨더리 펀드,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유치 등 그동안 지역 창업 시장에서 다루지 않던 주제를 꺼내 들면서 주목받고 있다. 2030년까지 2조원 규모의 벤처 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모험 자본을 공급해 활발한 스타트업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11일 부산상공회의소 3층 ‘에스(S)-스페이스’에 부산시와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한국거래소, 기술보증기금, 부산기술창업투자원, 부산상의 등 지역 경제 유관기관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에스 스페이스는 부산 핀테크 허브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육성 공간이다. 부산시는 이날 열린 금감원의 ‘밸류업 경영활동 지원을 위한 설명회’ 개최를 돕는 한편,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박 시장은 최근 직접 발표한 ‘부산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 실현을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부산시 관계자는 “스타트업 발굴과 밸류업, 상장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만들기 위한 첫 작업”이라며 “부산의 다양한 창업 지원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금감원 설명회 현장엔 100여 개의 지역 혁신 기업이 참여했다.
박 시장은 지난 6일 “2030년까지 누적 2조원 규모의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2.3% 수준의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부산 벤처투자 규모를 4.9%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이번 발표가 단순히 펀드 규모와 인프라를 늘리겠다는 방식의 ‘전통적인 창업 지원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대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펀드 결성의 재원이 돼 줄 출자자(LP·유한책임사원)와 전문적인 펀드 운용을 담당할 글로벌 VC를 늘리고, 구주(기존 주식 지분)를 인수해 벤처 투자 활성화를 도울 세컨더리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방안을 담았기 때문이다. 창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까지 챙겼다는 분석이다.
특히 부산은 관내 부산기술창업투자원(원스톱 창업 지원 및 투자),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과 부산라이즈혁신원(대학 산학협력 및 기술 기획 지원),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워케이션 및 액셀러레이터) 등 다양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는 부산시가 창업 생태계 전략을 새롭게 짜고 결정하는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2021년부터 지난 3년 동안 부산시는 22개의 다양한 투자 목적을 가진 7439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왔다. 2000년부터 20년 동안 쌓은 펀드(5172억원) 대비 43.8% 늘어난 자금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결성했다. 투자 재원이 쌓이자 2021년 총 11개였던 지역 VC(지사 포함)는 지난해 기준 19개 사로 대폭 늘었다.
올해부터는 창업 정책이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부산기술창업투자원을 주축으로 창업 생태계와 대학 기술이 체계적으로 연계될 예정이다. 특히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부산 워케이션 공간에 대한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해외 창업가를 부산에 유치하고, 부산의 창업가는 해외 액셀러레이터와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박 시장은 “사업화, 투자, 인프라를 연결하는 입체적 지원 체계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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