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속인(사망자)이 남긴 상속 재산 전체가 아니라 각각의 상속인(유족)이 물려받은 재산에 과세하는 유산취득세는 선진국 대부분이 도입한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 프랑스 독일 등 20개국이 유산취득세를 채택했다. 유산세 방식을 따르는 국가는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뿐이다.

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유산취득세가 부의 분배와 과세 형평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이달 초 정부가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일반 국민의 71.5%, 전문가의 79.4%가 “유산취득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정부는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유산취득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외동인 자녀가 10억원을 물려받는 경우와 자녀 5명이 50억원을 물려받는 경우 똑같이 각자 10억원을 상속받지만 5인 자녀 가구가 네 배 더 높은 상속세 부담을 진다.
정부 계획대로 유산취득세가 도입되면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중산층의 세금 혜택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유산세로 운용하던 일괄공제(5억원)와 기초공제(2억원)를 폐지하는 대신 자녀공제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배우자는 법정상속분 이내라면 최대 30억원까지 상속세가 면제된다.
지금은 배우자와 자녀 두 명이 20억원짜리 아파트를 법정상속분(1.5 대 1 대 1)대로 물려받으면 1억3200만원을 상속세로 물어야 한다. 유산취득세로 전환되면 배우자는 상속세를 내지 않고, 자녀만 1인당 700만원을 부담한다. 배우자가 10억원, 두 자녀가 5억원씩 물려받으면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상속 재산 35억원을 배우자가 15억원, 자녀 두 명이 10억원씩 물려받는 경우 배우자공제(15억원)와 자녀공제(2명 합산 10억원)를 적용하면 배우자는 0원, 자녀들은 1인당 9000만원의 상속세를 낸다. 이후 배우자가 상속 재산 15억원 중 5억원을 쓰고 사망하면 자녀들은 상속 재산 10억원(자녀공제 합산 10억원)을 상속세 없이 다시 물려받는다. 각각의 자녀가 10억원에 붙는 상속세만 내고 15억원을 물려받는 셈이다.
그동안 일괄공제에 흡수되다시피 해 거의 활용되지 않던 미성년자와 장애인, 연로자 추가공제도 더 활발히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미성년자와 장애인, 연로자 추가공제는 일괄공제(5억원)보다 액수가 클 때만 활용 가능해 사용률이 0.3~3%에 그쳤다.
김성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현행 유산세 제도에서는 자산을 많이 물려받는 자녀와 그렇지 못한 자녀 사이에 분쟁 소지가 있었다”며 “유산취득세로 전환하고 자녀공제를 확대하면 이런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속세 수입 감소는 불가피하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인적공제 확대로 인한 감소분 1조7000억원에, 유산취득세 전환에 따라 과세표준이 낮아지는 효과를 포함하면 상속세수가 2조원 넘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상속세는 8조5000억원으로 2010년(1조2000억원)보다 일곱 배 늘었다.
정영효/박상용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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