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로봇주차 시스템을 가장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는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자체 로봇주차 기술 엠피시스템으로 2017년 태국에 진출한 셈페르엠이다. 이 회사는 태국 대형 쇼핑몰, 호텔, 병원 등 14곳의 건물에 엠피시스템을 설치했다. 빠른 입·출차 시스템, 건축 전 주차공간 설계 및 설치, 유지·보수까지 통합 제공하는 노하우가 알려지자 현지 건축주들이 먼저 발주를 요청하고 있다.
지난 5일 방문한 방콕 프라카농의 대형 복합쇼핑센터 위즈덤101. 이곳 지하 1층엔 무인으로 690대를 입·출차할 수 있는 엠피시스템 5대가 설치돼 있었다. 오전 10시 개점하자 방문 차량이 모여들었다. 한 운전자가 하차 구역에 내려 키오스크에 카드를 대자 99㎜ 두께의 납작한 로봇이 차 아래로 들어왔다. 로봇의 센서가 앞바퀴와 뒷바퀴 간 거리, 좌우 폭을 계산해 바퀴 위치를 찾아 차량을 들어 리프트로 옮겼다.차는 딜리버리 시스템을 통해 전·후·좌·우, 수직으로 이동해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층의 빈 공간으로 옮겨졌다. 로봇이 다시 차를 들어올려 해당 주차공간(차실)에 집어넣었다. 일종의 발레파킹(대리주차)이다. 이 과정까지 걸린 시간은 2분20초. 5분에서 길게는 10분가량 걸리는 일반 기계식 주차장보다 절반 이상 짧았다. 출차 시간도 비슷했다. 셈페르엠 관계자는 “로봇이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 밴 등 차종에 관계없이 최대 3t까지 들어 운반할 수 있다”며 “일반 기계식 주차와 달리 별도 대기 공간에서 차의 입출고 과정을 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강점은 안전성이다. 로봇주차 시스템은 차량에서 내리는 순간 입·출차 전 과정을 무인으로 진행해 인명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화재 위험도 적은 편이다. 기계식 주차장이 철제로 지어 화재 시 붕괴에 취약한 반면, 로봇주차 시스템은 콘크리트로 지어 불이 나더라도 주변으로 번지지 않는다. 또 층별로 모든 차량 위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맨 꼭대기에만 설치된 기계식 주차장보다 화재 진압도 빠른 편이다.
이 회사는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맞춰 최근 엠피시스템을 통해 전기차를 자동 충전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국가별 특허를 출원 중이다. 김성주 셈페르엠 부대표는 “오일머니를 토대로 빌딩을 많이 짓는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지역의 잠재 수요가 크다”며 “로봇주차가 아직은 생소하기 때문에 높은 기술력을 앞세워 장점을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콕=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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