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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기업 외치더니…野, 끝내 상법개정 처리

입력 2025-03-13 17:52   수정 2025-03-14 01:35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영계가 “주주 소송이 남발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며 개정안 처리를 재고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국민의힘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국회가 이날 본회의를 열어 상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국회의원 280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86명, 반대 91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해 온 민주당의 의석수에 밀려 최종 가결됐다.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다. 현행 상법은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 상법은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이사는 직무 수행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인 상장회사의 전자주주총회 개최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은 상법을 개정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가 해소돼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상법 개정안은 기업 경영 현실을 전혀 모르는 초보자들이 만든 탁상공론의 결과물”이라며 “모든 주주를 만족시키면서 기업을 혁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개정안이 처리되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상법에서 포괄적인 규정으로 모든 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에서 고군분투하는 대기업뿐 아니라 소송 대응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영 활동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냈다.
'개미 표심' 계산기 두드려본 野
손해볼 게 없다 판단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13일 상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밀어붙인 건 정치적으로 손해 볼 게 없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경영계의 반발과 우려가 크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명분으로 내건 만큼 개인투자자 1500만 명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민주당이 손해 볼 건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자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친기업’ ‘우클릭’ 행보가 결국 보여주기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왔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상법 개정안이 ‘중도 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당식 실용 정책의 최선이냐”고 했다. 민주당이 반도체 업종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주 52시간제 적용 예외) 도입에 반대하고 경영계 우려가 큰 상법 개정까지 강행 처리하자 최근 이 대표의 실용주의 노선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상장·비상장사 가릴 것 없이 모두 적용되는 상법 개정 대신 상장사를 규율하는 자본시장법을 핀셋 개정해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수합병(M&A), 핵심 사업부 물적분할 등 과거 소액주주 피해 문제가 불거진 사례를 바탕으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한재영/정소람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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