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가품’ 논란이 패션·유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작년 12월 국내 패션 플랫폼 1위 업체인 무신사에서 패딩 혼용률이 허위로 기재된 사실이 알려졌다. 올해 초엔 국내 1위 이커머스 쿠팡에서 ‘짝퉁’ 영양제 사건이 터졌다. 이들 업체는 소비자 신뢰 제고를 위한 ‘정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무신사 등은 입점 브랜드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롯데온, SSG닷컴, 네이버 등 국내 대기업 이커머스사도 ‘위조품’으로 판명되면 대금 정산을 보류하는 ‘정책’을 펴기로 했다.‘가품(假品)’이란 말이 요즘 많이 쓰인다. ‘거짓 가(假)’ 자를 썼으니 가짜 상품이란 뜻일 것이다. 하지만 국어사전에는 보이지 않는다. 단어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진품(眞品)’은 말 그대로 ‘진짜인 물품’을 가리킨다. ‘정품(正品)’이란 말도 쓴다. 진짜거나 온전한 물품이란 뜻이다. 이들은 사전에 올라 있다. ‘거짓 가(假)’를 쓴 ‘가품’이 ‘참 진(眞)’ 자를 쓴 진품에 상대하는 말이니 그럴듯한데, 아쉽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은 다루지 않았다. 그 대신 가짜 물품을 가리키는 말로 ‘모조품’이 있다. 다른 물건을 본떠 만든 물건이란 뜻이다. 그림이면 ‘모사품’이고, 속일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의미를 강조하려면 ‘위조품’이 될 것이다.
‘가품’이 국어사전에 오르지 못한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 말이 우리말에서 쓰인 지가 꽤 오래됐기 때문이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를 보면 1930년대 언론에서도 이 말을 쓴 게 보인다. 하지만 그리 활발한 쓰임새를 보이지는 않았다. 국어사전에 오르지 못한 까닭은 아마도 ‘가품’이란 말 자체에 대한 반발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진품이 아닌 가짜 상품에 ‘가품’이라는 명칭을 붙여 자칫 상품의 불법성을 희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 아닐까?
이에 비해 가짜나 모조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 ‘짝퉁’은 사전에 올라 있다. 이 말은 1999년 <표준국어대사전>이 종이 사전으로 처음 나올 때만 해도 표제어에 오르지 못했다. ‘짝퉁’이 언론 보도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대략 1990년대 후반이다. 이후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쓰임새를 보이자 2000년대 들어와 국립국어원에서 <표준국어대사전> 웹사전에 등재했다. ‘가품’의 역사에 비하면 일천하지만 ‘짝퉁’이 사전에 오른 데는 그런 배경이 있었다.
보통 ‘정사(政事) 정’으로 읽는 ‘정(政)’이 본래 ‘바르게 잡다’ ‘다스리다’라는 뜻으로 쓰는 글자다. 政은 ‘正(바를 정)’과 ‘?(칠 복)’ 자가 결합한 형태다. 이때 ‘正’ 자는 사람이 성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바르다’라는 뜻이 있다. ‘?’ 자는 작은 막대기를 손에 쥐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회초리로 친다는 의미다. 그래서 政 자는 ‘바르게 잡는다’라는 의미에서 ‘다스리다’나 ‘정사(政事, 나라를 다스리는 일)’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정(正)’에 반하는 게 ‘부정(不正)’이니 이는 올바르지 아니함을 뜻한다. 그래서 ‘政(정)’은 부정한 것을 바로잡는 일이기도 하다. 이 말이 ‘다스릴 치(治)’와 결합한 ‘정치(政治)’는 ‘부정을 바로잡아 나라를 다스림’을 뜻한다. 그 정치를 맡아 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스스로 몸을 바르게 해 나라를 올바르게 다스려야 한다”는 게 함의다. 요즘 새삼 되새겨야 할 우리말에 담긴 깊은 속내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