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니션호텔. 어도비의 연례 최대 콘퍼런스 ‘어도비 서밋 2025’를 찾은 1만여명의 관객의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 속에 입장한 샨터누 너라연 어도비 최고경영자(CEO)는 “AI 시대를 맞아 우리는 창의성, 마케팅, AI를 한 데 통합해 개인화된 경험을 글로벌 범위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각 업무에 최적화한 AI로 창의성을 끌어올리려 기업 고객의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어도비가 기업용 클라우드에 처음으로 AI 에이전트(비서) 군단을 투입했다. 자율성을 무기로 한 AI 에이전트를 앞세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을 정조준했다. 포토샵 등 웹 디자인 소프트웨어(SW) 시장을 이미 장악한 만큼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어도비는 마케팅에 특화된 자사의 기업용 클라우드에서 AI 에이전트가 구동될 때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봤다. AI 에이전트가 추론을 통해 클라우드에 저장돼있는 수십 억개의 고객 데이터를 심층적으로 이해해 최적화된 의사 결정을 지원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IBM,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SAP 등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AI 에이전트가 고객 서비스, 인력 및 데이터 관리 등을 위한 사용 사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너라연 CEO는 이날 여러 차례 ‘오케스트레이션’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맞춤형 AI 에이전트들이 업무 전반을 조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날 발표한 맞춤형 AI 에이전트 앱 ‘브랜드 컨시어지’도 그 일환이다. 브랜드 컨시어지는 일반적인 제품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던 기존 AI 챗봇을 넘어 기존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고객에게 맞춤화된 콘텐츠를 추천하고 후속 미팅을 예약하는 등의 작업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어도비는 이를 위해 여러 AI 에이전트가 서로 소통하는 다중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를 구축했다.

이번 발표는 대대적인 B2B 사업 확대의 일환이기도 하다. 실제 지난 12일 어도비가 발표한 2025 회계연도 1분기(2024년 12월~2025년 2월) 실적에 따르면 전체 매출(57억1000만달러)의 74.0%인 42억3000만달러가 ‘디지털 미디어’ 부문에서 나왔다. 디지털 미디어 부문은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미어 등 디자인 SW가 주축이 되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 부문이다. 기업용 클라우드 등을 포함하는 B2B 사업 부문인 ‘디지털 경험’ 부문 매출은 14억1000만달러로 전체 매출의 24.7%에 불과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어도비가 클라우드 기반 그래픽·디자인 시장의 80% 가까이 장악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만큼, 결국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B2B 매출이 늘어나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AI 수익화를 위해서도 B2B 시장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봤다. 어도비는 지난 회계연도에 1억2500만달러였던 AI 매출을 이번 회계연도에 두 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어도비는 2023년 3월 생성형 AI 모델인 ‘파이어플라이’를 공개한 뒤 이를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프리미어 등에 순차적으로 적용했지만,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에서는 AI 도입이 상대적으로 늦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너라연 CEO는 최근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존 제품에 AI를 도입해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 뿐만 아니라 분명히 AI 혁신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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