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로 열선 시스템을 활용한 전기차 충전소를 시범 설치한다. 폭설이나 블랙 아이스(도로 살얼음) 등을 녹이는 용도로 활용되는 도로 열선이 겨울철 외 활용도가 낮았던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강남구(구청장 조성명)는 16일 도로 열선 시스템을 이용한 전기차 충전시설을 관내 10개소에 시범 설치한 뒤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남구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증가하는 전기차 보급 속도에 비해 부족한 충전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확충하고, 도로 열선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추진한 것"이라고 했다.
도로 열선 시스템은 도로 포장면 약 7㎝ 아래에 열선을 매설해 노면의 눈과 얼음을 자동 감지해 녹이는 설비다. 일반적인 제설 작업에 비해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가 많지만, 설치·유지비가 적지 않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도로 열선의 평균 설치비는 100m당 1억원이 넘고, 열선 유지를 위한 전기요금과 관리비 등도 계속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겨울철 외에는 사용되지 않아 활용도가 제한적이라는 등의 지적이 있었다. 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으로 열선 시스템의 전력망을 활용해 전기차 급속충전기(50㎾)를 설치해 신규 전력 케이블 공사 없이도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했다.
구 관계자는 "이번 사업으로 전기차 충전기 1대당 설치 비용이 기존 45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약 3000만원가량 줄어든다"며 "서울시 25개 자치구 전체가 동일한 방식으로 충전기를 1대씩만 설치해도 약 7억5000만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기존 열선 시스템 분전함 인근에 충전기를 설치해 좁은 이면도로에서도 공간 부담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따로 전력 케이블 매설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되니 공사 소음과 도로 폐쇄 등으로 인한 주민 불편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는 지난해 11월부터 도로 열선 시스템이 설치된 73개소를 전수 조사하고 안전 점검을 진행했다. 이후 시범 구간 10곳을 선정해 기반 공사를 추진 중으로, 이르면 오는 28일부터 충전기 가동을 순차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시범 사업 결과에 따라 서울시 및 다른 자치단체와 협력해 시범 지역의 확대를 검토할 방침이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도로 열선이 겨울철에만 사용되는 점이 늘 아쉬웠는데,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좋은 정책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구민 일상을 더욱 편리하게 바꿀 수 있는 창의적인 행정서비스를 발굴하고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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