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은 기업 환경이 얼마나 각박한지 잘 보여준다. 다른 삼성 계열사처럼 증자는 물론 대출도 별로 없는 우량 회사였기 때문이다. 혹독한 배터리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에 대처하기 위한 일종의 승부수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2.6%, 76.5% 급감했다. 반면 순차입부채는 9조6789억원으로 2023년의 3배 수준으로 불었다. 수익은 줄고 빚만 늘었다는 얘기다.
다행히 주주 반응은 긍정적이다. 신주 발행 규모가 기존 발행 주식 수의 6분의 1(17%)에 달해 주식 가치 희석이 불가피한데도 유상증자 발표 당일(14일) 주가 하락은 우려보다 크지 않았다.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쓰겠다는 ‘유상증자 출사표’에 공감한 주주가 적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 배터리업계 상황은 ‘시계 제로’란 말로 요약된다.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차 전환이 생각보다 더딘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에 시설투자를 단행한 기업에 지급하기로 한 ‘IRA 보조금’을 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기술과 점유율 면에서 탄탄한 내수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골칫거리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의 성패는 캐즘이 끝나는 몇 년 후에 갈릴 것이다. 지금은 단발성 호재와 악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긴 호흡의 투자에 전념할 때다. 또 다른 배터리 대표주자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달 시장의 뜨거운 관심 속에 1조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위기에 맞서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의 분투에 응원을 보낸다. 정부도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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