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펴낸 보고서 ‘국내 은행 점포 분포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강원도와 전남·경북 등 비수도권 중소 도시나 군 단위 지역에서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려면 최대 27㎞를 이동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비용 절감과 온라인 뱅킹 활성화 등을 이유로 빠르게 영업점을 폐쇄·통합하는 추세다. 온라인이나 모바일 이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이 갈수록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과 ‘오프라인 오픈뱅킹’ 구축을 위한 실무 협의에 들어갔다.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금융 마이데이터 연계 정보 생성 절차를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돼 법적으로 오픈뱅킹 서비스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오픈뱅킹은 한 금융회사에서 다른 금융회사 계좌까지 한 번에 조회하고 이체하는 등의 업무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2019년부터 시행돼 현재 중복 가입을 제외한 순가입자가 3500만 명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층이나 유아·청소년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국민 대부분이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오픈뱅킹이 일선 은행 점포까지 확대되면 특정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굳이 해당 은행 영업점을 찾지 않아도 된다. 예컨대 국민은행 계좌 조회와 송금 업무를 근처에 있는 신한·하나·우리 등 다른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도 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으로 법적 기반이 마련됐으니 실무적으로 속도를 낼 계획”이라며 “시스템 개발, 연동 테스트 등에 6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 절차가 별다른 변수 없이 진행될 경우 이르면 연내 오프라인 오픈뱅킹이 본격 시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모바일 앱 사용보다 영업점 이용에 익숙한 고령층의 이용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 20년 먼저 은행대리업을 도입한 일본의 사례가 있다. 2006년부터 은행대리업 규제를 완화한 일본에선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에서도 예금 입·출금과 송금, 환전, 계좌 개설 및 대출 신청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당국이 구상 중인 은행 공동점포도 단순한 계좌 이체·송금을 넘어 계좌 개설과 예·적금 가입까지 가능한 구조다. 이르면 이달 은행법 개정 등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및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은행 점포는 2019년 6712개에서 지난해 5625개로 5년 만에 1087개 줄었다. 특히 같은 기간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 국내 영업점은 3525개에서 2779개로 21.2% 감소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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