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배우 앞세워 아트테크 홍보, 편취액 645억…갤러리 임직원 1심 중형

입력 2025-03-17 08:18   수정 2025-03-17 14:25



미술품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아트테크' 선두 주자로 꼽히던 유명 갤러리 전현직 임직원들이 600억원이 넘는 돈을 편취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오세용)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사기, 유사 수신 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206억9768만4432원 추징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B씨에게는 징역 12년에 14억8031만 3212억 추징, C씨에게는 징역 12년 및 80억4114만 원 추징이 각각 선고됐다.

A 씨와 B 씨는 2018년 4월부터 한 갤러리의 지점을 운영하면서 '아트테크' 사업을 해 왔다. 2019년 초 해당 갤러리와 협업 관계가 끝났는데도 투자자 문의가 이어지자, 이들은 직접 D 갤러리를 설립해 사업을 이어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D 갤러리의 '회장'으로 사업 운영을 총괄했고, B 씨는 대표이사로서 실무를 총괄했다. D 갤러리 설립 전 사업에 합류했던 C 씨는 사업부를 관리하면서 매니저 모집, 사업 홍보와 투자자 모집 등을 맡았다.

이들은 고수익과 원금 보장을 약속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투자자들에게 그림을 판매한 뒤 다시 해당 그림을 기업이나 병원 등에 렌털해 수익을 발생시켜 투자자들에게 나누어주는 이른바 '아트노믹스' 상품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연 7~9%에 달하는 높은 투자 수익률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2023년, 연 매출 660원을 기록해 업계 1위로 올라섰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명 배우가 등장하는 광고를 제작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몇몇 피해자들은 화가로도 활동 중인 유명 배우의 TV 광고를 보고, D 갤러리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구매한 미술품의 가치가 오르면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고,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도 재매입 보충을 해 투자 원금 회수를 100% 보장하겠다고도 했다. 이렇게 투자자 581명으로부터 송금받은 돈은 총 645억206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당초 약속한 미술품 구입과 투자 대신, 그가 운영하는 부동산 시행사업 등에 해당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 등은 투자자 1109명으로부터 '매달 투자금의 1% 수익을 지급하고 3년 기간 동안 매년 투자자들의 요청에 따라 투자 원금 반환을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905억9520만원을 수신하기도 했다. 이들이 범행으로 얻은 이득은 A 씨가 200억원, B 씨가 14억원, C 씨가 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서 A 씨는 "부동산 시행사업 관련 일만 했을 뿐 '아트테크'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갤러리를 설립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작가들과 전속계약을 체결한 것은 B 씨, C 씨가 한 일"이라고 혐의를 부인하고 나섰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가 D 갤러리 설립 전 다른 갤러리의 지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B 씨를 통해 '아트테크' 영업 방식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는 점과, D 갤러리의 이름은 A 씨가 전부터 운영하던 회사인 E 사의 이름과도 같고, 임직원들이 E 사를 D 갤러리의 모회사로 인식했던 데다, A 씨가 투자금을 입금받는 은행 계좌를 보유·관리하고 B 씨는 보고 후에야 자금을 이체할 수 있었던 등 A 씨가 자금 흐름과 의사 결정권을 통제하던 정황을 고려했다.

또한 A 씨는 B 씨와 1만 603회, C 씨와는 1210회에 걸쳐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업무 관련 보고를 받았고, D 갤러리를 직접 방문하거나 직원들과 회식하는 것은 물론, 운영에 참여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직접 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투자금이 미술품 구매에 쓰여 사업 수익이 나는 줄 알았고, 부동산 시행사업에 사용되는 것을 몰랐다"는 C 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C 씨가 D 갤러리를 설립하며 주식 50%를 취득하고 사내이사로 취임해 '대표'로 불린 점, 마케팅을 총괄하며 '아트테크' 사업 수익구조에 대해 잘 아는 지위에 있던 점 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안전한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미술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투자 욕구 등에 편승해 정상적인 아트갤러리와 유사한 외관을 형성한 다음 '아트테크'라는 신종 수법으로 투자금을 편취·유치해 죄책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기 범행에 사용된 미술품의 작가들마저 속여 그들에게는 소액의 창작지원금만을 지급했다"며 "투자금의 대부분은 부동산 시행사업, 식품사업, 교육사업 등에 빼돌리고 사치품 구매에 사용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더불어 "위와 같은 범행은 고액의 미술품을 대상으로 해 개별 피해자들 모두에게 큰 경제적 피해를 가했다"며 "작가들에게도 미술품이 사기에 사용됐다는 불명예와 정신적 고통을 야기했고 대한민국 전체 미술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한편 A 씨 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12일 항소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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