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투자청은 지난해 경기 부천의 복합물류센터를 3000억원에 매입했다. 한국 그래비티자산운용의 회사형 부동산펀드를 활용했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는 지난해 국내 물류시설 투자를 늘리기로 하고 회사형 부동산펀드의 일종인 국내 리츠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 해외 연기금은 사회간접자본(SOC)인 물류단지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투자를 확장해 한국의 관련 산업 발전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선호하는 회사형 부동산펀드를 공정거래위원회에선 계열사로 판단해 대기업 계열 운용사가 글로벌 자금 유치에 애로를 겪고 있다. 한 운용사의 운용본부장은 “해외 투자사는 국내 부동산에 투자할 때 신탁형이 아니라 회사형 부동산펀드를 선호하는데 회사형 펀드를 대기업 계열사로 간주하는 규제 때문에 해외 자금 유치에 차질을 빚는 운용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가 회사형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사형 펀드에서 투자자가 주주로 취급돼 주요 운용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점이다. 투자 전략 및 주요 자산 변경은 물론이고 거버넌스 문제가 확인되면 해당 펀드의 자산운용사도 교체할 수 있다. 신탁형 펀드 운용에 대한 투자자의 간섭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절세 효과가 큰 것도 이점이다. 신탁형은 투자자의 배당 수익에 대해 14%를 국내에서 원천 징수하지만, 회사형은 조세협정을 바탕으로 투자자의 소속 국가에 따라 세율이 정해진다. 관련 세율은 미국 10%, 유럽연합(EU) 5% 등으로 신탁형 대비 9%포인트까지 세율 인하폭이 높아진다. 운용사가 보유한 전체 부동산을 합산해 종합부동산세를 산출하는 신탁형과 달리 회사형은 펀드별로 세금을 매겨 기본공제를 활용한 보유세 절감 폭도 크다.
주식형 펀드 등과 마찬가지로 회사형 부동산펀드 역시 자산운용사는 투자 운용만 대신하며 펀드 자체에는 지분이 없다. 하지만 공정위는 자산운용사가 펀드 운용에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펀드를 대기업집단 계열사로 지정한다. 자본시장에선 “운용사가 펀드 운용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본시장법에 따라 펀드 운용을 주도한다는 이유로 공정위가 대기업 계열사로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하소연해 왔다.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로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회사형 부동산펀드를 계열사에 포함하면서 감독당국과 투자자가 대기업집단의 실질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현재 대기업집단에 포함돼 있는 금융그룹이 이지스자산운용을 인수하면 의지와 상관없이 이지스운용까지 41개 계열사를 추가로 보유한다. 펀드가 모집한 투자금도 계열사 자산으로 분류돼 대기업집단 총자산에 합산되는 점이 착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부 내에서도 부동산 간접투자를 활성화하려는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관련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주관 부처인 공정위는 오랜 기간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회사형 부동산펀드가 대기업 계열사로 인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특수한 사례로 제도 변화까지 고민할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노경목/민경진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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