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황 CEO는 미국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자사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5’ 기조연설자로 나서 “지난해 전 세계가 잘못 알았다”며 “올해 AI에 필요한 컴퓨팅 연산량은 작년 이맘때 예측했던 것의 100배는 더 많다”고 말했다. AI의 중심이 생성형에서 추론형으로 빠르게 넘어간 데다가, AI 에이전트의 도입이 확산되며 필요한 연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이어 “스케일 아웃(서버를 추가하는 수평적 확장) 이전에 스케일 업(기존 서버를 업그레이드하는 수직적 확장)을 최대한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스케일 업’을 위해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신형 AI 칩을 잇따라 출시한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먼저 올 하반기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 울트라’를 본격 출하한다. 지난해 출시한 블랙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이어 내년 하반기엔 지난해 처음 선보인 신형 GPU ‘루빈’을 본격 양산한다. 황 CEO는 베라 루빈에 대해 “암흑 물질을 발견한 천문학자 베라 루빈에서 이름을 딴 제품”이라며 “데이터센터 기준 성능으로 H100 ‘호퍼’ GPU 대비 블랙웰은 68배 좋아졌고, 루빈은 900배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같은해 루빈에 자체 설계 중앙처리장치(CPU)를 결합한 ‘베라 루빈’을 선보이고 2028년엔 루빈을 잇는 차세대 AI 칩 ‘파인만’을 선보인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날 황 CEO는 파인만의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차세대 HBM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력 소모를 줄이는 신기술이 적용된 칩도 올 하반기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가 대만 TSMC와 함께 세계 최초로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상용화한 ‘스펙트럼-X’ 네트워킹 칩은 전자를 광자로 전환하는 과정을 줄여 전력 소모와 발열을 줄였다. 황CEO는 “인프라도 혁신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스펙트럼-X는 향후 수백만 개의 GPU가 탑재된 AI 공장(데이터센터)을 운용하는 걸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CEO는 지난 1월 CES 2025 기조연설에 이어 이날도 ‘물리적(피지컬) AI’를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이날 작은 로봇과 함께 무대에 오른 그는 “물리적 AI와 로보틱스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물리적 AI는 향후 수조달러 규모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며 휴머노이드 로봇용 플랫폼‘아이작 그루트 N1’을 공개했다. 해당 플랫폼 개발 과정에서 월트디즈니 리서치, 구글 딥마인드 등과 협력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날 기조연설은 ‘AI 슈퍼볼’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3.5% 떨어진 115.53달러에 마감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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