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9일 10:0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우리는 도시를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도시는 단순히 건축물의 집합이 아니다. 공간 이용자의 경제적·사회적 요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물에 가깝다. 자본시장에서 부동산펀드는 도시 공간의 가능성을 시의성 있게 읽고, 그 가능성을 현실로 민첩하게 실현한다. 도시를 살아가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자산운용사는 부동산펀드를 통해 오피스,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다. 특히 노후화되거나, 기존 주인의 낮은 전문성으로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한 자산을 매입해 리모델링, 용도변경, 리테넌팅 등을 수행해 가치를 끌어올리는 가치부가(value-add) 전략은 자산운용사에서 구사할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공간은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활용되고 도시는 활력을 회복할 수 있다.
필자는 이지스자산운용에서 4건의 호텔 자산에 투자했다. 방한 외래관광객의 수가 급증해 호텔이 부족하던 2017~2018년 시기에는 호텔을 직접 개발하거나 개발 중인 자산을 선매입하는 전략으로 서울 명동과 성남 판교에 호텔을 공급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호텔이 연이어 폐업하던 2021~2022년 시기에는 폐업한 호텔을 사서 오피스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당시 폐업 호텔 매각 담당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상황에서, 필자를 무모한 이상주의자로 여긴 듯했다. 그러나 오피스로 용도 변경한다면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도심 오피스의 신축 계획들은 충분히 시차를 둔 데다, 해당 지역이 도심 리모델링 활성화 권역에 속해 증축 리모델링 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언론사의 사옥으로 쓰였다가 호텔로 바뀐 건물이기에 구조적으로 가능성 있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작년 5월 리모델링을 마친 건물은 연면적이 30% 증가한 신축 오피스가 됐다. 대기업 계열사가 본사 사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던 수익률도 초과 달성하고 펀드를 청산할 수 있었다.
이렇듯 자산운용사는 시장 상황에 따라 호텔을 신규 공급하기도, 폐업한 호텔을 매입해 새로운 용도로 변경하기도 한다. 이는 오피스, 물류센터 등 다른 자산 유형도 마찬가지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공간과 그 이용자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 시대에 이용자가 요구하는 용도와 입지 적합성에 대한 검토가 중요하다. 도시 공간은 그 자체로서 생명력을 지니며, 도시적 맥락과 시장의 흐름에 맞게 변화할 때 가치가 극대화된다.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저서 <도시의 승리>에서 “위대한 도시들은 정적이지 않고, 부단히 변화하고 스스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재와 생각을 수용할 수 있는 새 구조물을 제공한다”고 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도시 공간의 시대적 요구는 무엇일까. 그 요구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일 수 있고, 세계적인 변화 흐름을 반영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자산운용사는 이러한 요구에 주목한다.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시니어주거시설, 산업 발전에 따라 증가한 데이터 수요에 대응하는 데이터센터, 첨단산업과 인재를 위한 고차원 업무공간 등 도시 곳곳에 변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우리 도시를 보다 풍족하고 활기차게 만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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