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자동차 부품 회사인 모티브링크(옛 용인전자)의 김기한 대표는 “지난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으로 7년 만에 역성장했지만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모티브링크는 1977년 설립 때만 해도 삼성전자에 브라운관 TV용 고전압 트랜스를 납품하던 기업이었다. 김 대표는 “TV 시장이 2000년대 중반부터 LCD와 LED로 바뀌자 대체 업종을 찾던 중 2006년 전기차 전력 변환 부품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현대모비스의 아반떼 하이브리드 부품개발사업에 참여한 게 변화의 계기가 됐다.
이 회사는 전기차를 구동하는 전력변환장치의 핵심 부품인 인버터와 컨버터(LDC)에 들어가는 트랜스포머와 필터, 인덕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인버터는 차량의 고전압 배터리에 저장된 직류전원(DC)을 교류전원(AC)으로 변환해 모터 구동력을 제어하는 장치다. 컨버터는 차량 내 고전압을 저전압으로 바꿔 차량 내 전기 부품에 전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 회사 최대 고객사는 현대모비스로 아이오닉 5와 EV6 같은 현대차·기아의 친환경 차량에 주요 부품이 들어간다. 김 대표는 “올해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발주가 크게 증가했다”며 “올해 매출은 지난해(617억원)보다 49% 늘어난 91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회사는 모듈 분야로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모듈은 유관 부품을 통합해 고객사에 공급하는 부품 덩어리다. 전자파를 저감해주는 필터 모듈을 개발한 데 이어 전력변환기 모듈을 현대모비스에 공급하고 있다. 김 대표는 “부품 제조회사가 모듈까지 공급한다면 그 공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정확히 산정할 수 있어 무게를 줄이거나 공정을 혁신하는 데 유리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회사 성장 배경으로 기술력을 꼽았다. 이 회사는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연구소 인력을 늘려 제품 개발부터 검증,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직원 108명 중 절반에 가까운 50명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모티브링크는 이런 R&D 역량을 바탕으로 자동차 부품 회사 중 이례적으로 전력변환장치 검증 장비를 보유했다. 김 대표는 “고객사가 의뢰한 제품의 전자파 발생 여부 등을 점검해 상세한 안전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부품 불량과 문제점, 고객사 개선사항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0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회사 규모 확대보다 R&D 및 생산능력 향상이 상장 목적이었다. 공모자금 중 약 51억원을 신규 모듈 사업 설비에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엔 현대차·기아의 인도 협력사인 스털링툴스그룹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현지 전기차 부품 공장 건립을 준비 중이다. 베트남 1·2공장에 이어 3공장 부지를 물색해 내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전기차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생산능력 증대는 필수가 됐다”며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독자 기술력을 갖춘 상태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하면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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