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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자유의 여신상 '가정법'

입력 2025-03-19 17:33   수정 2025-03-20 00:33

“이건 단순한 장사 이상이었다. 젊은 일본인 부부와 사교를 맺을 기회였다.” 1962년 출간된 필립 K 딕의 소설 <높은 성의 사내>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일본이 승리해 미국을 분할 점령한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 소설 속 일본 점령하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골동품상 칠던은 ‘눈이 유난히 까만’ 일본인 부부가 매장을 찾자 ‘지배 민족’에게 잘 보일 기회로 여겨 한껏 들뜬다.

‘완료된’ 역사에 ‘만약에’라는 가정을 붙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아쉬운 과거를 바꾸면 초라한 현재의 모습도 단박에 빛이 날 것만 같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으면 세계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란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의 표현이 공감을 얻는 이유다. 전제를 바꾸면 세상에서 ‘당연한’ 일도 찾아볼 수 없다. 소설가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에 붙은 ‘경성(京城), 쇼우와 62년’이라는 부제는 일제로부터의 독립이 얼마나 어렵게 얻은 결과물인지를 서늘하게 전한다.

프랑스가 1876년 미국 독립 100주년을 맞아 미국에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을 소재 삼아 때아닌 ‘역사 가정법’ 논쟁이 벌어졌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그제 ‘자유의 여신상’을 돌려달라는 프랑스 정치인의 주장에 대해 “절대 돌려보낼 생각이 없다”며 “지금 프랑스 사람들이 독일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오직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 덕분”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휴전 협상에서 배제한 미국을 향해 ‘자유의 여신상이 담고 있는 자유의 가치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공격적으로 답한 것이다. 그러자 당장 ‘프랑스가 미국 독립을 돕지 않았으면 미국은 여전히 영국 식민지일 것’이라는 식의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자유의 여신상은 ‘자유’라는 인류의 염원을 담은 상징물이다. 여신상 받침대에는 “나에게 오라. 너희 지치고, 가난하고/자유롭게 숨쉬기를 갈망하는/버림받은 비참한 이들이여”라는 시구가 적혀 있다. 이 여신은 미국과 프랑스의 입씨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자유진영 연대를 계속 훼손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고운 시선을 보낼 것 같지는 않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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