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AI 후진국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는 반가운 소식이다. 스스로 정보를 탐색하고 조합할 수 있어 ‘AI 비서’ 구현에 꼭 필요한 추론형 AI 분야에서 성과가 나왔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딥시크는 미국 빅테크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중국 스타트업이다. AI 시장을 주도하려면 조 단위 예산과 수천 명의 엔지니어 군단, 대규모 반도체 인프라 등을 두루 갖춰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트렸다. 이 회사가 R1 훈련을 위해 쓴 비용은 560만달러(약 81억3000만원)로 추정된다. 이는 메타가 ‘라마’ 개발에 투입한 비용의 10% 이하다.
엑사원 딥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딥시크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 LG AI연구원은 지난해 말 전작인 3.5 버전을 개발하는 데 70억원을 썼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후속 모델인 딥 시리즈 개발에도 비슷한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인력을 많이 투입한 것도 아니다. LG AI연구원에서 일하는 엑사원 엔지니어는 수십 명 수준이다. 인프라 비용까지 따지면 엑사원의 압승이다. 딥시크 R1을 구동하려면 2만5000달러짜리 엔비디아 가속기 ‘H100’이 16개 필요하다. 반면 엑사원 딥 32B가 요구하는 H100은 단 한 개뿐이다. AI가 연산을 위해 고려하는 매개변수의 숫자를 딥시크 R1의 2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줄인 효과다.
LG그룹은 다른 기업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엑사원 딥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많은 국내 기업이 엑사원을 참고해 AI 모델을 개발하고, 제품과 제조공정 혁신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미·중 AI 삼국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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