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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줄 위를 거닐 듯 걸었다…'아란훼스'로 물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입력 2025-03-20 16:57   수정 2025-03-21 02:38

어느 가을이었다. 햇살과 함께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거닐 때였다. 자연스럽게 아란훼스협주곡이 떠올랐다. 기타 음악의 산실이나 다름없는 스페인에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호아킨 로드리고(1901~1999)가 있다. 발렌시아에서 태어난 그는 디프테리아 후유증으로 3세 무렵 시력의 상당 부분을 잃었다. 10대 중반부터 어렵사리 화성과 작곡을 배우기 시작해 음악가로 성장했다.

그가 스페인으로 다시 돌아온 것은 1939년 스페인 내전이 끝난 이후. 그때 그가 스페인으로 가져온 곡이 아란훼스협주곡이다. 3악장으로 이뤄진 기타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이다. 실제 기타를 연주하지는 않았던 로드리고는 신고전주의와 민속음악을 결합한 형태의 작곡을 시도했는데, 스페인의 음악 유산을 통해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아란훼스는 부르봉 왕가가 머물던 여름 별궁의 이름. 여러 버전으로 변주돼온 아란훼스협주곡 중 5곡을 추천한다.

● Ver.1 나르시소 예페스 - 클래식한 기타 연주

#. 스페인 출신 클래식 기타리스트 나르시소 예페스의 아란훼스협주곡을 먼저 골랐다. 나르시소 예페스는 1952년에 르네 클레망 감독의 영화 ‘금지된 장난’의 기타 연주를 담당해 영화와 함께 유명해진 연주자다.

● Ver.2 마일스 데이비스 - 플라멩코와의 조화

#. 다음으로 마일스 데이비스의 앨범 ‘Sketches Of Spain’에 수록된 아란훼스협주곡을 추천한다. 당시 마일스 데이비스는 아내와 함께 플라멩코 댄서 로베르토 이글레시아스의 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뉴욕의 레코드 가게에서 판매하던 모든 플라멩코 앨범을 구입했다. 1960년 콜롬비아 레코드에서 발표한 이 곡은 지휘자 길 에반스의 조력이 빛나는 트랙으로 1961년 그래미어워드에서 최우수 재즈 작곡상을 수상했다.

● Ver.3 아커만과 오거만 - 록 기타로 빚은 선율

#. 얀 아커만과 클라우스 오거만이 완성한 아란훼스협주곡도 놓칠 수 없는 트랙이다. 네덜란드가 배출한 프로그레시브록 그룹 포커스의 기타리스트인 얀 아커만은 독일 출신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클라우스 오거만과 새로운 형태의 아란훼스협주곡을 내놓는다. 자주 손이 가는 연주곡이다. 과거 재즈록 스타일의 연주를 즐겼던 얀 아커만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연주가 사라진 자리를 기타 선율로 채워 넣는다.

● Ver.4 The L.A.4 - 남미·스페인의 융합

#. 기타리스트 로린도 알메이다가 이끌던 4인조 재즈그룹 The L.A.4의 아란훼스협주곡을 감상할 차례다. 197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결성해 1982년까지 활동하며 10장의 앨범을 발표한 이들은 웨스트 코스트 재즈에 보사노바와 삼바 리듬을 결합해 인기를 얻었다. 1976년 발표한 2집 ‘L.A.Four’에 아란훼스협주곡이 수록돼 있다. 브라질 출신 연주자 로린도 알메이다가 남미 전통음악과 스페인 민속음악을 융합했다.

● Ver.5 짐 홀 - 실험적 기타 사운드

#. 아마도 최고의 버전은 재즈 기타리스트 짐 홀이 탄생시킨 아란훼스협주곡일 것이다.

1930년 미국에서 태어난 짐 홀은 비센테 고메스를 사사하고, 클리블랜드음악원에서 음악이론을 전공했다. 20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인 재즈 연주자로 활동해 빌 에반스, 엘라 피츠제럴드, 리 코니츠, 론 카터, 아트 파머, 소니 롤린스 등과 함께 연주 경력을 쌓았다.

그가 발표한 레코드는 50여 장에 이른다. 짐 홀의 대표작이나 다름없는 앨범 ‘Concierto’는 화려한 세션맨으로도 유명하다.

1975년 CTI 레이블에서 발표한 음반에는 쳇 베이커(트럼펫), 폴 데스몬드(색소폰), 론 카터(업라이트 베이스), 롤랜드 한나(피아노), 스티브 갯(드럼)이라는 1970년대 모던 재즈를 대표하는 재즈맨이 총출동한다.

내향적이면서 실험적인 사운드를 추구하는 짐 홀의 기타 사운드는 아란훼스협주곡에서 큰 획을 긋는다. 여기에 5명의 연주자가 스페인으로 향하는 특급열차에 동승한다.

이봉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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