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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포인트 데자뷔?…선불업 등록 안한 '문화상품권' 주의보

입력 2025-03-20 17:51   수정 2025-03-21 02:29

‘문화상품권’과 ‘온라인 문화상품권’ 발행 회사인 ㈜문화상품권이 법상 의무인 선불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영업해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선 ㈜문화상품권의 부채비율이 2만%에 육박하는 등 회사 존속 가능성에 의구심마저 제기된다. 정부는 문화상품권 소비자를 대상으로 “회사가 파산하거나 영업정지를 당하면 상품권을 환불받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와 작년 해피머니 환불 중단 같은 대규모 피해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등록 의무 없다’며 배짱영업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20일 ‘㈜문화상품권의 선불업 미등록 관련 조치사항 및 소비자 유의사항 안내’를 발표했다. ㈜문화상품권이 선불업 등록 대상인데도 법상 기한인 지난 17일까지 등록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선불업이란 고객이 온라인에 미리 금액을 충전해두는 캐시, 포인트, 상품권 등을 발행하고 관리하는 사업을 말한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상품권, 포인트를 발행하는 회사는 금감원에 선불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2023년 전자금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선불업 등록 대상이 확대됐다. 17일까지 16개사가 금감원 등록 절차를 밟아 등록 선불업자는 총 105개사로 늘었다.

반면 ㈜문화상품권은 선불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금감원은 ㈜문화상품권의 미등록 영업과 관련해 수사당국에 확인을 요청했다.

㈜문화상품권은 온라인 문화상품권이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선불업 등록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이날 홈페이지에 공식 입장을 내고 “선불전자지급수단 해당 여부를 판단받기 위해 지난 12일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며 “법원 판단에 따라 필요 시 전자금융업 등록 등 신속한 후속 조치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규제 피해가는 ㈜문화상품권
온라인 문화상품권과 비슷한 이름의 ‘컬쳐랜드 상품권’(모바일 문화상품권)을 발행하는 한국문화진흥은 2021년 10월 선불업 등록을 마쳤다. 선불업자로 등록하면 충전금을 전액 신탁, 예치, 지급보증보험 등의 방식으로 별도 관리해야 한다. 즉 컬쳐랜드 상품권을 구입한 고객의 선불충전금은 100% 보호된다. 한국문화진흥은 상품권 예수금(판매 금액) 707억원보다 큰 936억원 규모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했다. 반면 ㈜문화상품권은 상품권 예수금이 1031억원에 달하지만 24억원 규모의 전자상거래 소비자피해보험에 가입한 게 전부다.

문제는 ㈜문화상품권의 재무 상태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자본총계는 작년 말 6억원이었지만 부채총계는 1169억원에 달했다. 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눈 값인 부채비율은 1만9483%다. 한국문화진흥의 부채비율이 217%로 안정적인 것과 대조된다. ㈜문화상품권 외부감사인인 오늘회계법인은 지난달 감사보고서에 “회사는 작년 영업손실 54억원이 발생했고, 작년 말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86억원 더 많았다”며 “이런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라고 기재했다.

㈜문화상품권은 선불업 미등록 업체다 보니 충전금 관리에 관한 규제도 받지 않고 있다. 등록 선불업자는 선불충전금을 국채, 지방채, 은행 예치 등 안전자산으로만 운용해야 한다. ㈜문화상품권은 자산의 상당 부분을 전자단기사채, 수익증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투자하고 있다.

상품권 예수금이 1000억원이 넘는 ㈜문화상품권에 문제가 생기면 머지포인트 사태와 같은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문화상품권은 선불업 미등록 업체로 파산, 영업정지, 가맹점 축소 등이 발생하는 경우 상품권 환불이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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