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한국의 쌀값이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국제 쌀 선물가격은 10개월째 미끄러지는 반면 국내 쌀값은 수확기가 끝났는데도 올들어 1분기 내내 상승세다. 같은 '쌀' 인데도 가격이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이유는 뭘까.
세계적으로 '풍년'이 찾아온 걸까. 통계로 보면 꼭 그렇진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세계 쌀 생산량은 2023년 7억9100만t에서 지난해 7억9300만t으로 0.3%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쌀값이 떨어지는 것은 국제 시장의 '키 플레이어'인 인도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인도는 쌀 생산량은 중국보다 적지만, 수출량은 세계 1위인 나라다. 인도는 2023년 7월 자국 수급 불안을 이유로 쌀 수출을 제한했다 약 1년 2개월만인 지난해 9월 이를 해제했다. 그 결과 쌀 시장에 공급량이 크게 늘었다. 2023년 1400만t이었던 인도의 쌀 수출량은 지난해 2200만t으로 1년 만에 53% 늘었다. 지난해 세계 전체 쌀 수출량은 5800만톤인데, 이 가운데 38%가 인도에서 나왔다.
국제 쌀 가격과 국내 쌀 가격이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이는 것은 우선 서로 쌀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제 쌀 시장 주류가 ‘인디카종’이지만 한국은 중국, 일본과 함께 ‘자포니카종’을 먹는다. 자포니카종은 상대적으로 찰기가 있고 단맛과 점성이 크다. 인디카종 쌀이 길쭉한 것과 달리 자포니카종은 둥글둥글하다.
국내로 들어오는 해외 쌀도 얼마 되지 않는다. 한국은 저율할당관세(TRQ) 물량으로 매년 쌀을 40만8700t 수입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별로 볼 일이 없다. 국내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먹는 쌀' 시장에 물량을 풀지 않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애초에 쌀은 국제시장과 국내시장 간 관련성이 낮다”고 했다.
그럼 한국에서 쌀 가격은 왜 오를까. 우선 신곡 물량 자체가 줄었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58만5000t으로, 전년(370만2000t) 대비 3.2% 감소했다.
정부의 쌀 수매 규모도 상당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작년 신곡 기준 소비량을 넘어서는 초과 생산량은 5만6000t인데, 정부는 이보다 많은 20만t을 시장에서 격리했다. 피해 벼 매입까지 고려하면 실제 격리량은 이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격리의 ‘타이밍’도 유효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해 9월 10일 수확된 쌀 가운데 시장 수요량을 뛰어넘는 규모로 쌀 시장 격리를 발표했는데, 2005년 이후 19년 만에 가장 이른 시점이었다. 정부는 이어 10월 15일에는 예상 초과 생산량보다 더 많은 20만t 규모의 시장 격리계획을 발표했다.
일각에선 쌀 가격 상승 자체는 농가에 긍정적이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쌀 재배면적 감축 정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구조적 공급과잉’ 상태인 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벼 재배면적 8만헥타르를 감축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처럼 쌀값이 오름세를 보이면 일선 농가가 쌀을 타 작물로 전환할 유인이 줄어드는 역설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농업계 관계자는 “쌀은 주로 콩 재배로 전환되기 때문에, 콩 가격의 흐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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