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녹음파일의 원본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관련 진술과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해 녹음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면,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A씨 등은 2018년 5월, 피해자 C씨에게 주식 매매 수수료 명목으로 2억7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씨는 휴대전화로 녹음해 보관하고 있었던 이들과의 대화를 수사 과정에서 CD에 담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문제는 녹음파일의 원본이 남아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녹음파일은 편집이나 조작의 가능성이 있어, 원본이 아닌 사본을 증거로 제출할 경우 그 파일이 원본과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증거로 인정된다. 이 사건에서는 이 ‘동일성’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됐다.
1심은 일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녹음파일을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2심 판결을 파기했다. 원심이 녹음파일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기존 판례를 인용하며 “사인이 복사해 제출한 녹음파일의 경우 원본을 제출할 수 없다 하더라도, 녹음에 참여한 당사자의 진술과 감정 결과,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 등을 종합해 법원이 사본의 원본 동일성 증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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