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 안평면 신월리에 거주하는 김광자 씨(74)는 23일 “전날 오후 대피소로 긴급 대피했는데 이후 집이 홀랑 타버렸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며 망연자실했다. 인근 안평초에서 밤을 새운 석탑1리 주민들도 마을로 불이 옮겨붙을까 노심초사했다. 한 주민은 불이 번지는 것을 막겠다며 분무기로 밭에 물을 뿌리기도 했다. 주민 김원춘 씨(80)도 “강풍이 불면 이곳도 안전하지 않다”며 “날이 어두워지기 전 불길이 잡혔으면 좋겠다”고 애를 태웠다.
피해 면적은 7739㏊로 축구장 1만800여 개, 여의도 면적의 23배를 훌쩍 넘겼다. 임시 대피한 주민은 총 1988명이고 전소 등 화재 피해를 본 주택이 110동으로 집계됐다. 소방당국은 대응 최고 단계인 3단계를 발령했다. 산불 대응 3단계는 피해 면적 100㏊ 이상, 평균 풍속 초속 7m 이상, 진화(예상) 시간 24시간 이상일 때 발령한다.

정부는 경남 산청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전국적으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행정안전부에 “경북 의성과 울산 울주 등에도 특별재난지역 추가 선포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산청 산불에는 헬기 31대, 인력 2243명, 진화 차량 217대 이상이 투입됐다. 하지만 23일 오후 9시 기준 진화율이 71%에서 고전하고 있다. 의성 산불은 진화율 60% 수준이다. 초속 2m의 바람과 연기 탓에 헬기 투입이 제한되고 있다. 울주군은 192㏊ 피해 규모에 진화율 72%를 보이며 오후 9시 주불 진화를 목표로 총력 대응 중이다.
인근 고속도로와 철도 통행이 통제되기도 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의성휴게소 근처 산불로 서산영덕고속도로 서의성나들목(IC)~안동(JCT) 구간의 양방향 통행을 제한했고 울주군 산불로 부산울산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한때 통제됐다.
피해 지역을 비롯한 지자체들은 긴급 소방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와 강원도 등 다른 지자체도 긴급 소방 인력과 장비를 의성에 파견해 진화에 참여했다.
게다가 봄철 고온·건조한 날씨와 강한 편서풍은 산불을 키운다. 서풍이 백두대간을 넘으며 고온 건조한 바람으로 변해 동해안과 영남 내륙으로 불어닥치는 ‘푄 현상’까지 겹치면 불씨가 급속히 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이 난 장소가 고온 건조하고 바람이 강해 드라이어 속처럼 뜨거워 진화가 어렵다”고 했다. 채희문 강원대 산림환경보호학전공 교수는 “최근 기후 상황으로 남고북저형 기압골이 형성돼 기온이 높고 건조한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상 진화를 위한 인프라 확대와 전문 진화대 양성, 진화 장비 확보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산불 진화 전문 요원(스모크 점퍼)과 관련 운용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성용 안동대 산림경영학과 교수는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가용 자원은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며 “산불 예방 드론도 30분밖에 못 뜨는 수준이어서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오유림 기자/의성=오경묵 기자/전국종합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