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속 배우 신현빈의 연기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24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호텔에서 만난 연 감독은 "신현빈이 연기한 형사 이연희는 대단한 죄책감과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다. 형사는 평면적인 직업일 뿐이지 제일 중요한 것은 이연희란 캐릭터가 죄책감에 짓눌려 언제 부서져 버릴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라는 것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인을 때려잡거나 엄청난 액션이 있다면 피지컬도 중요했을 텐데 이 영화에선 실랑이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피지컬이 중요하지 않았다. 이연희의 트라우마, 죄책감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누굴까 하다가 신현빈을 떠올렸다"고 했다.
연 감독은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을 보고 신현빈의 다크한 모습에 매료됐다고. 연 감독은 "신현빈과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감독님 저는 박복한 인물 전문'이라고 하더라. 원래 그런 톤인가 생각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밝고 구김이 없다. 단지 얼굴에서 '박복미'가 좀 있는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이연희는 영화의 초중반 부까지는 짓눌려있는 역할이다. 고요하게 따라가는 역할인데, 뒷부분에 자기의 감정을 토해내거나 하는 장면은 신현빈만 표현할 수 있는 독창성이 있는 연기였다고 본다"고 칭찬했다.
아울러 영화에 대해 "크게는 성민찬(류준열)이라고 하는 계시를 중심으로 따라가지만, 이 영화 자체가 이연희한테 주는 계시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연희 관점을 쭉 따라가다 보면 진짜 계시는 이연희에게 온 것 아닌가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성민찬 목사(류준열)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 이연희(신현빈)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만화 '계시록'을 원작으로 한다.
연 감독은 인간 본능에 대한 날카로운 화두로 늘 새로운 화두를 꺼내며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구축해 왔다. 연 감독과 최규석 작가는 '계시록'을 통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그대로 믿고 싶어 하는 아전인수식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을 주인공으로 인간 믿음과 신념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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