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휘발유 생산량과 소비량이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기차 열풍이 한풀 꺾이고 캐즘(Chasm·일시적 수요정체)이 찾아온 가운데 휘발유 수요는 건재한 모습이다.23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작년 휘발유 생산량은 1억8847만배럴로, 전년(1억7378만배럴) 보다 8.5% 늘었다. 내수 소비량은 9504만배럴로, 전년(9036만배럴)보다 5.2% 증가했다.
휘발유 소비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휘발유 차량의 증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휘발유 자동차 대수는 1242만대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존 역대 최대치는 2023년의 1231만4000대였다. 작년 휘발유 차량이 10만대가량 증가한 것이다. 국내 휘발유 차량은 2016년 처음 1천만대를 돌파한 이후, 연평균 증가율 2.6%을 보이며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전기차는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등록 전기차는 54만3900대에서 68만4244대로 25.8% 늘었다. 하지만 이는 전년 대비 증가율이 2022년 68.4%, 2023년 39.5%에서 둔화한 것에 따른 결과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의 원인으로는 비싼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 화재 위험 등의 우려가 꼽힌다. 배출가스 규제로 인해 경유 및 LPG(액화석유가스) 차량이 줄면서 수요가 휘발유 차량으로 옮겨갔다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전기차 캐즘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차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며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조금 정책(NEVI)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그러나 CNBC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NEVI 프로그램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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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정책 및 전기차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화석연료 생산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성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 에너지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지정학적 위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올해 각국은 단기적으로 화석연료 소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청정에너지 공급을 빠르게 증대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송희 인턴기자 kosh11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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