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헌재는 24일 한 총리 탄핵 선고에서 비상계엄 적법성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한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 행위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정도의 결론만 내렸다.

재판관들은 “(한 총리가)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불과 2시간 전 무렵 대통령으로부터 계획을 듣게 됐을 뿐 그 이전부터 이를 알고 있었다는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회의 소집을 건의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 사건에서 비상계엄과 관련한 헌재의 판단은 여기까지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적법했는지, 선포 전 국무회의가 실체를 갖춘 적법한 회의였는지에 대해선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았다. 결정문에는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다른 절차적 쟁점에 관한 내용도 실리지 않았다. 한 총리 사건에도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작성한 수사기록이 증거로 제출돼 일부 채택됐다. 하지만 헌재는 이 증거 능력을 인정했는지도 따로 밝히지 않았다.
헌재는 ‘내란행위에 공모했다’는 한 총리 소추 의결서 내용에 대해서도 판단하지 않아 ‘내란죄 철회’ 논란 의중도 엿볼 수 없었다. 결정문엔 ‘내란’이란 단어가 15번 등장하긴 하지만, 헌재가 직접 판단하거나 설명한 부분은 없었다. 이에 따라 비상계엄 적법성의 사법적 판단을 비롯해 수사기록 증거 채택 등에 대한 최종 판단은 이르면 오는 28일이나 4월 초로 예상되는 윤 대통령 탄핵 선고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상계엄 행위의 실체나 절차적 정당성을 판단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혹시라도 상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비상계엄 위헌성에 대해 판단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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