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경북 울산 충북 등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나흘째 이어져 서울 여의도 면적의 37배에 달하는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7300여 명에 이르는 소방·진화 인력이 총력 대응한 결과 산불 진화율이 한때 70% 안팎까지 올라갔지만 강한 바람 탓에 불길이 다시 확산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비가 예보된 26일까지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25일이 산불 확산 저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산림청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이날 오후 8시까지 발생한 주요 산불은 경남 산청·김해, 경북 의성, 울산 울주, 충북 옥천 등 5건으로, 피해 면적은 1만584㏊로 집계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약 290㏊)의 36.5배 규모다.이번 산불을 끄기 위해 헬기 114대와 전국 소방·군·산림청 인력 7333명이 동원됐다. 산불 진화율은 산청 85%, 의성 60%, 울주 95%, 김해 99% 등이다. 옥천에서 발생한 산불은 이날 오전 7시20분께 완전히 진화됐다. 의성 산불은 안동으로 번지면서 진화율이 되레 떨어졌다.
의성에선 이날 오후 4시께 옥산면 서산~영덕고속도로 점곡휴게소 건물에 산불이 옮겨붙기도 했다. 점곡휴게소는 편의점과 화장실만 있는 간이휴게소다. 휴게소가 있는 북의성~동안동나들목 구간은 양방향 통행이 차단됐다. 소방당국은 산불이 민가로 확산하지 않도록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4명, 중상 5명, 경상 6명 등 15명이다. 이 중 9명은 산불진화대원, 5명은 공무원(소방 포함), 1명은 주민이다. 건물 134채가 불에 탔으며 피해 건물 중 77채는 의성, 57채는 산청에서 발생했다. 이재민도 속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2123가구, 4650명이 대피했으며 이 중 900가구, 1283명만 귀가했다. 정부는 이재민을 위해 응급구호세트 2131개, 생필품 2573점, 구호 급식 9322인분을 긴급 지원했다.
정부는 산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의성과 울주, 하동을 추가 지정했다. 이날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산청 이외에 의성과 울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신속히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건조한 대기와 강풍으로 인한 추가 산불 우려도 크다. 기상청에 따르면 24일 오후 3시 기준 경북과 대구에 건조경보가 발효됐다. 건조주의보는 경북과 경남을 비롯해 강원 충북 전남 광주 제주 등지로 확대됐다. 건조경보와 건조주의보는 실효습도가 각각 25%, 35% 이하일 때 발령된다.
기온이 크게 오르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25일 낮 최고기온은 15~26도, 아침 최저기온은 4~12도로 평년보다 3~11도 높을 것으로 예보됐다. 고대하던 비는 26일부터 내릴 전망이다. 남해안을 중심으로 5㎜ 미만의 비가 내려 산불 확산을 다소 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엔 전국으로 비가 확산할 것으로 예보됐다.
울주 산불 용의자인 60대 남성이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는 등 이번 산불 원인은 대부분 실화로 파악되고 있다.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과 관련해서도 경찰은 성묘차 방문한 50대 남성을 붙잡아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권용훈/류병화/대전=임호범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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