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 걸리면 100% 고사하는 소나무재선충병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재선충이 북방수염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라는 곤충의 몸을 빌려 소나무에 침투, 20일 만에 20여만 마리 이상으로 증식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소나무의 조직이 파괴돼 한번 감염된 소나무는 100% 죽게 된다.
한국은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는 2013년 제주도, 경상도를 중심으로 확산해 피해 고사목이 2014년에는 218만 그루까지 증가했지만, 범정부적 방제로 피해를 줄여나가고 있다.
25일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기후변화 등 수목의 생육 여건 악화로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감염목이 2023년 107만 그루에서 지난해 90만 그루로 줄었다. 집중적으로 피해가 발생한 울주·포항·경주·안동·밀양·양평·구미 등 7개 시·군이 전체 피해의 58%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피해지역 대부분은 경미한 수준이며 서울 용산·성북·중랑, 부산 동래·동, 대구 남구 등 일부는 청정지역으로 전환했다.
산림청은 올해 피해 고사목 전량 제거를 위해 재해대책비 등 선제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방제하고 있다. 매개충 우화시기·분포지역을 감안해 권역별 방제 기간을 구분하고, 반복·집단적 피해 발생지는 수종 전환 방제를 추진하고 있다.
헬기(광역)와 드론(비가시권), 지상(근거리)의 3중 예찰과 QR코드, 유전자 키트(진단 3일→30일분) 등 첨단기술 접목으로 감염목 예찰도 강화하고 있다.
일반방제구역은 수집·파쇄 중심의 방제로 재발생 최소화를, 특별방제 구역 등 집단적 피해지를 대상으로는 수종 전환 방제를 적용하고 있다. 소나무류 이동 일제 점검(3월, 11월) 등으로 감염목 유통 차단을 진행하고, 소나무재선충병에 저항성을 가진 품종을 육성·보급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격주 단위 방제 대책 회의 운영 등 방제 현황 주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책임 담당 지역을 차장 및 본청 국·과장급(39명) 등에 지정해 지역별 방제를 벌이고 있다. 지자체 15개 시·도, 50개 시·군 대상, 담당 지역 기관장(또는 부기관장) 면담도 수시로 벌이고 있다.
산림청은 방제기술자문단 운영으로 방제사업 품질점검 및 현장 컨설팅도 확대하고 있다. 지역방제협의회 및 공동방제 추진으로 기관별 현장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소나무의 경제적 가치는 거의 무한대다. 국내 산림의 주요 수종(16억 그루, 25%)인 소나무는 매년 공익가치 71조원, 임산물 2894억원을 창출하는 국가 중요 경제자산이다. 애국가에 등장하고(남산 위의 소나무) 문화재 복원 및 조경수 등으로 선호도가 높아 국민 정서와 밀접한 나무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산림에 대한 국민 의식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이 좋아하는 나무 1위로 소나무를 선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소나무재선충병으로 고사한 소나무를 방제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10년 이내 소나무림의 78%가 피해를 본다고 밝혔다.
산림청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조체제를 강화해 가용자원을 최대한 투입하는 등 재선충병 방제에 총력 대응해야 한다”며 “재선충병 확산을 막고 건강한 숲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 지원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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