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증권사가 마진콜(추가증거금 예탁요구) 없이 진행한 반대매매의 적법성을 인정했다. 이에 해외 파생상품 투자를 둘러싼 KB증권과 위너즈자산운용 간 5년째 이어진 800억원대 법적 분쟁의 향방이 바뀌게 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13일 KB증권이 위너스자산운용과 그 펀드 4곳을 상대로 낸 미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장중 시세의 급격한 변동으로 반대매매를 실행한 행위는 자본시장법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일임매매에 해당한다"며 KB증권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KB증권은 위너스자산운용 측에 반대매매 과정에서 발생한 미수금 151억여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위너스자산운용 측은 위법한 반대매매로 예탁금 244억여원의 손실을 보았다며 맞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투자자가 금융투자상품 거래에 따른 증거금의 추가 예탁을 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경우, 투자중개업자의 장중 반대매매 행위는 자본시장법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일임매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유럽형 옵션(만기에만 권리행사 가능)인 닛케이 풋옵션에도 이 약관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유럽형 옵션의 만기 도래 전이라도 급격한 시세 변동으로 만기에 투자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거액의 결제 가능성이 증가했을 경우, 투자중개업자는 결제불이행 위험과 더 큰 손실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금투협 표준약관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며 KB증권에 7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서울고법의 항소심 판단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1심은 KB증권의 반대매매 정당성을 인정했으나, 2심은 "이 사건 약관 제14조 2항은 자본시장법을 위반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약관 제14조 2항은 유럽형 옵션인 닛케이 풋옵션에 대하여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법무법인 광장과 율촌이 상고심에서 KB증권을 대리했으며, 위너스자산운용 측은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로고스, 린이 대리했다. 이번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돌아가 약정 위반 여부와 손해배상액 등이 다시 심리될 예정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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