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글로벌미디어를 비롯해 재영솔루텍, 일성하이스코, 남화통상 등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키코 불완전 판매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배상 결정을 이행하라는 소송에 나서면서 키코 사태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또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키코 사태가 터진 건 2008년이다. 14개 시중은행과 키코를 계약한 중소기업은 980여 곳에 이른다. 매출이 4500억원 선이던 J사는 키코로 1000억원 가까운 손실액이 발생하면서 이를 메우기 위해 계열사 네 곳을 팔아야 했다.
키코는 약정기간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때(knock-out) 기업의 풋옵션을 통해 은행이 손실을 메워주고, 환율이 오를 땐(knock-in) 은행의 콜옵션을 통해 기업이 은행에 외화를 시세보다 싸게 팔아야 해 기업이 손해를 보는 조건으로 설계된 파생상품이다. 2008년 2월 달러당 937원30전이던 원화는 그해 11월 1482원70전으로 치솟으며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는 등 막대한 손실을 봤다. 조붕구 전 키코공대위원장은 “풋옵션과 콜옵션의 배율부터 2배가 넘는 비대칭 구조고, 은행이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불공정 계약인데도 안전한 환헤지 상품이라며 기망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은행들은 대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의 배상안을 수용하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10년)도 이미 지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하는 기업 중 일부는 키코에 가입하기 위해 은행권에 경쟁입찰을 부쳤을 정도로 키코 상품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 도저히 불완전 판매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은행들은 또 키코 분쟁이 지속되는 원인으로 금감원의 무리한 시장 개입을 꼽고 있다. 금감원은 대법원의 무죄 판결이 나온 2013년 이후 6년이 지난 2019년 돌연 키코 사태 분쟁조정에 나서 배상안을 마련했다.
이정선 중기선임/정의진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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