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이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전방위 관세를 예고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이 다음달부터 수입 철강 쿼터를 줄이기로 했고, 일본은 중국산 흑연전극에 95%대의 반덤핑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세계 각국이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열연 강판 쿼터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4월 1일~6월 30일 기준 한국 열연 쿼터는 18만6358t이었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쿼터가 약 14% 줄어들어 무관세 수출 물량이 16만1144t에 그친다. EU의 이 같은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대응 조치다. 미국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중국산 저가 철강 등이 유럽으로 몰릴 것으로 우려되자 유럽도 무역장벽을 높인 것이다.

인도도 지난 18일 일정 가격 이하로 들어오는 중국·베트남산 철강에 12% 임시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인도는 세계 2위 철강 생산국이지만 최근 중국·일본에서 철강을 대량 수입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19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저가 또는 표준 이하 수입품의 유입으로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관세 인상을 위해 업계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23년 4월부터 일본 정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당시 SEC카본, 도카이카본, 닛폰카본 등 일본 주요 흑연 전극 제조사가 일본 정부에 반덤핑 제소를 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고율 반덤핑 관세를 물린 것은 최근 각국의 중국 제재와 비슷한 맥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른 나라에서 관세 제재를 받은 중국산 제품이 일본으로 쏟아져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평균 관세율이 194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8.4%를 기록했다. 2016년 트럼프 1기 때는 1.5%에 불과했다. 경제학자와 역사학자들은 최근 이런 움직임이 1930년 미국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세계적으로 불붙인 관세 강화 이후 최대 규모의 보호무역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무트-홀리법은 세계 대공황 시기 미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게 골자다. 당시 미국 정부는 2만 개 이상의 수입품에 평균 4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이는 각국이 보복 관세로 대응하면서 세계 교역량이 줄고 대공황이 더 심화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WSJ는 “무역 갈등 확산은 소비, 투자, 고용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이혜인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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