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국내 상장사 주식에 '웃돈'을 얹어 거래하는 이례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KT 얘기다. 외국인 지분 한도가 꽉 찬 상태라 국내 증시에선 KT 지분을 더 매수할 수 없게 된 외국인 투자자들이 KT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로 몰리고 있다.

전날 KT는 전일대비 0.81% 오른 5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 뉴욕 증시 ADR 가치를 통해 본 KT의 주가는 이보다 높다. 같은날 KT ADR은 뉴욕증시에서 17.73달러에 장을 마쳤다. KT ADR은 2주당 보통주 1주로 바꿀 수 있다. 이를 고려해 이날 원·달러 환율(달러당 1462.93원)을 적용하면 ADR 가치로 환산한 KT 1주의 가격은 약 5만1900원이 된다. 이날 KT 종가 대비 3.8% 높다.
동종기업과 비교해도 이례적인 일이다. SK텔레콤의 ADR은 전날 뉴욕증시에서 21.29달러에 거래됐다. 이 ADR은 보통주 1 대 ADR 1.8 비율로 발행됐다. ADR 가격을 바탕으로 환산한 SK텔레콤의 주가는 5만6028원이다. SK텔레콤의 이날 종가(5만6100원)에 비해 약 0.13% 낮아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KT는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이 한도를 꽉 채운 상태다. 작년 11월6일 외국인 지분율이 49%를 찍은 이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의 외국인 지분율은 42.26%, LG유플러스는 35.39%다.
한도 도달 시점 이전 두 달간 외국인은 KT 주식 약 1820억원어치를 쓸어담았다. 대규모 주주환원정책을 가동하고 있는 와중에 호실적까지 예상되면서다. 올 상반기 중 서울 광진구 부동산 프로젝트와 관련한 일회성 수익이 KT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이 사업으로 매출액 약 1조원, 영업이익 약 5000억원이 추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작년 인력 재배치로 인건비가 대폭 줄어든 것도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인공지능 기반 정보통신(AICT) 기업으로의 사업 구조 전환,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AI 협력 성과 기대 등도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
하지만 금투업계에선 외국인들이 차익거래를 벌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일단 외국인 지분율이 꽉차있어 거래가 자유롭지 않다. KT 관계자는 "KT의 ADR과 한국 주식을 전환할 수 있으나 현재는 외국인 지분율이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어 기보유 투자자만 거래를 할 수 있는 상황"이고 했다. 외국인투자자가 새로 본주를 사서 차익거래에 나서긴 어렵단 얘기다. ADR 시장은 유동성이 낮은 와중 주식 전환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 절차, 환율변동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차익거래를 쉽지 않게 하는 이유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차익거래가 가능하다는 건 오히려 국내 시장에서 거래되는 KT 주가가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외국인투자자들이 일정 수준만큼의 ADR 프리미엄을 견디고 있다는 건 KT 주가가 ADR 프리미엄만큼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역으로 외국인이 KT 본주에서 단기간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업계에선 KT 주가가 한동안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KT는 최근 2년간 총 주주이익환원 증가율이 90%에 달하는 반면, 같은 기간 주가상승폭은 50%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25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는 등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있고, 높은 기대배당수익률에 따라 장기 일반 배당 투자가의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KT 주가 상승세는 장기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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