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입사한 후 사내에서 결혼한 한국수자원공사의 이예은 과장은 2022년 출산 후 희망 부서로 발령받아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노사 합의로 도입한 ‘가족 친화 근무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근무 시간 선택제와 육아시간 사무 외출 제도를 사용해 임금 손실 없이 하루 6시간으로 단축 근무도 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업무 특성상 직원들이 일과 출산·육아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 홍수, 가뭄 등 물 재해에 즉각 대응해야 한다. 전국 각지에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선 지방 근무도 필수적이다. 전체 216개 수자원공사 사업장 중 도시에 위치한 사업장은 약 13% 정도에 그친다.
수자원공사는 전국 각지의 댐, 수도 사업장 등에서 2~5년 단위로 직원들을 순환 배치하고 있다. 연고지가 아닌 사업장에서 장기 근로를 하기 때문에 기혼 직원 중 주말 부부 비율이 37.7%에 달한다.
비연고지에서 근무 중인 주말부부 직원들을 위해 ‘육아 집중형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근무 시간 선택제’를 도입해 하루 8시간 근무에 구애받지 않고 월평균 주 40시간 범위에서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올해부터는 ‘육아기 재택근무제’도 추가 도입했다. 만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직원이 월 32시간(4일) 범위에서 자유롭게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제도다.
단축 근무 제도도 도입했다.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직원은 총 36개월 범위에서 1일 최대 2시간씩 급여 감소 없이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는 ‘육아시간 사무 외출 제도’를 만들었다. 올해부터는 ’아이 돌봄 3·3·6 제도’를 도입했다. 총 36개월 중 12개월(영아기 3개월, 초등학교 입학기 3개월, 육아휴직 복직 후 적응기 6개월)을 의무 사용 기간으로 정했다. 눈치를 보지 않고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그동안 사내에선 승진 적령기가 출산·육아를 하는 시기와 겹치면서 육아 관련 제도를 잘 쓰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직원들은 1년 이상 장기 육아 휴직을 쓰면 승진이 지연되거나 승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자원공사는 승진 때문에 출산 시기를 늦추거나 망설이지 않도록 육아휴직자 승진 차별을 없앴다. 이를 위해 첫째, 둘째 자녀 구분 없이 모든 자녀에 대한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기간으로 인정했다. 휴직 중이더라도 승진 자격만 갖추면 승진 심사를 진행했다. 부서 내부 평가 지표도 개선했다. 육아휴직 사용 시 재직 중 성과로 평가받도록 근무 평가 점수를 부여했다.
육아기 재택근무를 사용하는 직원은 업무 계획과 결과를 점검하고, 근무 여부를 수시로 모니터링한다. 휴직자 결원 기준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해 대체인력을 신속하게 충원했다. 아빠도 신생아 돌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배우자 출산휴가 일수를 기존 10일에서 20일(쌍둥이는 25일)로 확대하고 사용을 의무화했다.
이런 가족친화제도의 효과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육아휴직 사용자는 2019년 126명에서 지난해 202명으로 늘었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2019년 17.3%에서 2024년 44.1%로 3배 가까이 올랐다. 육아휴직 복직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99%에 달했다.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노사가 공동으로 가족친화경영을 선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이를 조직문화로 내재화시켜 출산과 육아가 행복한 일터의 모범을 만들고 나아가 저출생 극복에 기여하는 공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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