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공인중개사무소에는 문의 전화가 확 줄었다. 정부의 규제 강화에 급매물이 대부분 소화되고 시장 관망세가 짙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들 지역에서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불가능해져 매수 수요가 당분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권뿐 아니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 아파트값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24일 기준) 송파구 집값은 1주일 전보다 0.03% 내렸다. 지난주 0.79% 오른 것과 비교하면 한 주 만에 상황이 급반전했다. 13개월여 만에 하락 전환하는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여파가 직격탄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124㎡는 28억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매매가(36억5000만원)에 비해 8억5000만원 낮은 금액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함께 묶인 강남구(0.83%→0.36%) 서초구(0.69%→0.28%) 용산구(0.34%→0.18%) 등도 상승 폭이 축소됐다. 성동구(0.37%→0.35%) 마포구(0.29%→0.21%) 광진구(0.25%→0.15%) 동작구(0.2%→0.17%) 등 한강벨트 역시 상승세가 약해졌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낀 물건은 호가를 1억~2억원가량 낮춰 급매 거래가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주 일부 단지에선 신고가 거래도 나왔다. 당분간 규제가 풀리기 힘들다고 보고 강남권에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마지막 매수 수요가 붙은 영향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3일 나흘 동안 강남구에서는 20건의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대치동 ‘한보미도맨션2차’ 전용 190㎡는 6억원 오른 신고가에 손바뀜했다. 삼성동 ‘영무예다음’ 전용 84㎡는 15억2000만원으로 이전 최고가보다 3억4000만원, 도곡동 ‘도곡대림’ 전용 84㎡는 21억원으로 2억6000만원 오른 금액에 거래됐다.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삼성동 ‘래미안삼성2차’, 역삼동 ‘e편한세상’ 등도 1억~2억원 오른 가격에 새 주인을 찾았다.
서울시는 이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해제와 같은 부동산 정책을 추진할 때 사전 검증 체계를 강화하는 개선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존 조직을 부동산 정책과 시장 동향을 분석하는 전담 조직으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요 부동산 정책을 추진할 때 주택시장과 거시경제 동향을 체계적으로 살피겠다”고 말했다.
아파트값 하락세를 이어가는 지방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대구 집값은 이번주 0.13% 하락해 전주(-0.09%)보다 하락 폭이 더 커졌다. 강원(0%→-0.04%) 경남(-0.03%→-0.05%) 등도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다주택자 규제로 매수세가 수도권으로만 쏠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락/임근호/강영연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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