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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법 개정안 거부하고 정부안도 다시 손질해야

입력 2025-03-27 17:39   수정 2025-03-28 06:57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6단체장이 어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지난 13일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가 빠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고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본다며 상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했다. 경제계와 학계가 진작부터 상법의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면 소송 남발과 경영 의사결정 위축 등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했지만 무시했다. 100만여 개 회사에 적용되는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2600개 상장법인에만 ‘핀셋 적용’하자는 정부 절충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제단체가 한목소리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것은 이 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에 소액주주 누구든 회사 이사가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소송을 제기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판단 시점에 따라 회사 이익과 주주 이익이 배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 경영진은 언제든 무방비로 소송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해외 투기자본이 소수 지분을 갖고서 경영상의 중요 결정을 뒤흔드는 상황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SK그룹을 이끄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엊그제 간담회에서 “지금이 상법을 바꿀 타이밍인지 의문이 든다”며 현장 경영자의 위기감을 그대로 내비쳤다. 그는 “상법은 경제인에겐 일종의 헌법인데, 상법 개정은 기업 경영에 엄청난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상법 개정안이 일반 주주 보호의 선의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되풀이 강조하고 있다.

경제계는 정부가 상법 개정안 대안으로 제시한 자본시장법 개정에도 부정적이다. 주력 업종의 주력 기업이 대거 상장사로 포진한 마당에 군소 기업들 빼놓는 것만으로 상법 개정의 독소적 부작용을 완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경제단체들의 호소와 어려운 경제 사정을 잘 헤아려 거부권을 행사함은 물론 정부안에 대해서도 기업의 우려를 불식할 방안을 추가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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