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달 3일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특히 오는 5월부터 주요 자동차 부품에도 동일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해 부품 수출 후 조립·판매와 같은 우회 수출로도 차단될 것으로 우려된다. 중소·중견기업 위주의 부품업체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 제조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때 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했기 때문에 예외 조치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백악관의 기조가 강경하다”고 전했다.자동차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 자동차 수출 전선에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의 무역흑자 518억달러 중 대미 자동차 흑자만 325억달러로 62%에 달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보는 앞에서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현대자동차그룹도 단기 악영향은 피할 수 없다. 투자를 확대하더라도 캐파(생산능력)를 늘리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대미 수출 규모는 101만5005대에 달했다.
특히 CKD 수출은 완제품 대신 차 부품을 현지에 수출해 조립·판매하는 방식으로 국내 제조 기반을 유지하면서 관세를 우회할 수단으로 논의됐지만, 이날 부품 관세 부과 방침으로 채택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현지에서 100만 대 생산능력을 갖춘 현대차·기아도 엔진, 파워트레인 등 주요 부품 일부를 한국에서 생산하거나 미국 외 지역에서 구매하고 있어 새로운 부품 관세의 영향을 받는다.
부품 공급사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양주영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전략연구실장은 “미국 시장 점유율이 낮고, 생산 기지도 없는 국내 부품업체는 완성차 업체나 1, 2차 밴더(협력 업체)와 비교하면 관세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부품사 약 1만5000곳 중 4인 미만 사업체는 50.3%로 절반이 넘는다. 미국에 생산 기반을 갖춘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등 대형 부품 업체는 현지 생산 시설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자동차 및 부품업계 간담회를 주재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안 장관은 “부품사의 어려움이 클 것”이라며 “업계와 긴밀히 공조해 다음달 자동차산업 비상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생 협력기금을 통한 지원과 대출 유예 등이 대책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은/신정은/김대훈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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