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만 최소 27명이 발생한 역대 최악의 산불이 확산하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500건 넘는 재난 문자를 쏟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재난문자 세 건 중 두 건이 늦게 발송되거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막연한 경고 수준에 그쳐 사상자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전국 지자체는 산불 관련 재난 문자를 531건 발송했다. 이 가운데 구체적인 대피소 장소나 위험 구역 등을 알려준 문자는 143건으로 전체의 26.9%에 불과했다. 산불이 민가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일부 지자체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 ‘산불과 멀리 떨어져라’ ‘화재 예방에 주의하라’는 막연한 경고에 그쳤다.
특히 경북 안동시는 산불이 시내로 번지던 25일 오후 5시께 전 시민에게 대피령을 내렸지만 정확한 대피소나 이동 경로를 알려주지 않아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주민은 체육관 및 학교로 몸을 피했지만 대피하지 못한 노인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청송군에서는 대피소가 네 번이나 바뀌면서 주민들이 우왕좌왕하는 일이 벌어졌다. 영덕군에는 대피소가 화마에 휩싸이자 갈피를 잡지 못한 100여 명의 주민이 축산항·경정항 등지에서 고립됐다가 해경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정부는 고령층의 인명 피해가 커지자 지자체에 대피 체계 개선을 당부했다. 행안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산불 사망자 대부분이 60대 이상으로 신속한 대피가 어려운 노약자·장애인은 조력자를 미리 정해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자체는 산불의 확산 경로,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파악하고 대피 유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재난 문자가 막연한 경고 문자로 끝나선 안 된다”며 “재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행동 요령과 구체적 지시를 포함해야 시민 안전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유림/권용훈 기자 our@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