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사진)는 블루밍비트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가상자산(암호화폐)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전 대표는 "민주당에서는 '가상자산 민주주의'와 같은 실질적인 산업 발전을 도외시한 발언을 하고 있다"라며 "특히 지난해 말 극적으로 타결됐던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안이 민주당의 최초 주장대로 부결됐다면, 심각한 해외 자본 유출 사태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6·3 조기 대선이 확정되며 각 당에서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된 가운데, '1600만'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관심은 각 당 후보들의 가상자산 정책으로 쏠리고 있다. 이에 블루밍비트는 가상자산 투자자의 궁금증을 모아 한 전 대표에게 질문을 던졌다.
▷민주당은 최근 가상자산 관련 세미나·포럼 등을 연달아 열고, 디지털자산특위를 만들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는 평이 있는데
당이 디지털 자산 문제를 신경 쓸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가상자산 분야에 관심이 있고, 특히 젊은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 정책위에서 가상자산 관련 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가 과거 '모든 거래를 다 등록하게 한다' 같은 발언을 한 걸 보면 특위 구성하고 세미나, 포럼을 해도 디지털자산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금융 관련 블록체인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거래 기록'의 경우 누구나 참여 가능한 퍼블릭 체인보다는 프라이빗 체인쪽이 중심이 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토큰화된 국채 발행 역시 이러한 프라이빗 체인을 이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퍼블릭 체인은 규제 준수, 거래 속도, 데이터 프라이버시 관련 문제가 존재한다. 즉 디지털 자산 체계 역시 '탈중앙화'라는 이념적인 접근보다는 경제적 효율성에 따라 중앙화된 프라이빗 체인과 탈중앙화된 퍼블릭 체인이 나뉘고 합쳐지면서 유기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쪽에서 이야기하는 가상자산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은 산업발전을 도외시한 발언이다. 경제 발전이 무엇인지 기술 발전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무엇이든지 이념으로 해석하는 80년대 접근법이다.
▷국내 가상자산 규제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2017년 비트코인의 가격이 처음으로 크게 뛰면서 전 세계적으로 크게 화제가 됐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 출범 첫 해였는데, 주요 정부 인사들이 엇박자 내면서 우왕좌왕 대책을 발표했다. 거래소에 대한 통제나 규제가 강화된 것을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불가피했지만, 거래소를 폐지한다는 의견까지 나올 정도로 억누르기 일변도였다.
이른바 가상자산의 발행 및 거래 관련 제도 마련이 지연된 규제 공백이었던 상황이었고, 이러한 규제 공백은 가상자산이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연시키고 시장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장벽으로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공개(ICO) 금지 이후 국내 가상자산 산업 경쟁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디지털 자산 시장 초기 단계에는 실제로 사기 위험도 높았고 거래소 역시 태동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ICO 사기 및 이후 가격 조작의 위험성을 걸러내기 어려웠다. 더욱이 개인거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한국 시장의 특성상 금융 사기나 가격 조작 위험 역시 높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는 거래소들도 규모가 커졌고 투자자 보호 체제를 갖출 역량이 있다. 자산의 토큰화 현상 역시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해외 시장 접근법 등을 참고해 ICO 토큰의 성격을 분석하고 (국내)시장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금투세 폐지와 함께 가상자산 과세도 연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실제 가상자산 관련 조세 자체도 다른 자산과의 형평성 문제 등 여러 문제가 많은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올해부터 수익에 대해 과세가 도입될 예정이어서 작년에 제가 앞장서서 막았던 것이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현실적으로 가상자산 과세 인프라 구축이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2022년부터 트래블룰(Travel Rule)이란 걸 따르고 있어서, 누가 디지털 자산을 옮기고 있는지 모두 파악을 하고 있다. 그래서 만약 디지털 자산이 국내에서만 거래되고 있다면 과세를 할 수가 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우리 국민이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하다가 해외 계좌로 가상자산을 보내면 그 후에 테더로 바꾸든 또 다른 것을 사든 알 수가 없으니 디지털 자산으로 얼마나 수익을 거두었는지 알 방법이 없게 된다.
▷해외 거래소들까지 모두 트래블룰을 적용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가상자산 과세는 어렵다는 말인가
우리나라가 세금을 걷겠다고 해외 거래소들까지 (우리나라 기준의) 트래블룰을 따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런 인프라 상황에서 과세를 시작하면 한국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만 세금을 내게 된다. 결국은 디지털 자산이 해외로 급격하게 빠져나가게 됐을 것이다.
따라서 수익에 과세하는 방식은 현재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꼭 해야 한다면 거래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은 가상자산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보고 있는데, 우리도 이같은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전략적 접근은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미국처럼 접근할지에 대해서는 미국이 왜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트럼프가 비트코인 등을 띄운 배경에는 달러 패권과 결제 네트워크 헤게모니 경쟁이 있다.
중국이 CBDC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결국 달러 패권과 미국 중심의 결제 네트워크(SWIFT)를 파고들겠다는 목적이다. 또한 작년 여름 사우디가 미국과의 페트로 달러 협정을 갱신하지 않으면서, 달러의 지위 확보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큰 축이 흔들렸다.
이같은 맥락에서 미국이 달러에 대한 수요를 유지하거나 늘리기 위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지지하는 게 이해가 된다. 다만 미국을 따라가는 게 능사는 아니다. 우리나라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의와 요건을 명확하게 해서 국민들이 더 넓고 안정적인 자산 선택지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동시에 CBDC에 대해 문을 닫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국내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해야 한다고 보나
가상자산 시장이 발전하려면 기관 투자자 유치가 필요하고, 이를 활성화시키는 수단으로서 가상자산 ETF가 필요하다. 사실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이미 은행 계좌만 있으면 스테이블코인 교환 없이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ETF의 필요성이 크지는 않다. 그러나 기관 투자자는 다르다.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ETF를 통해 가상자산 투자를 훨씬 용이하게 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며, 기관 투자자들이 들어옴으로써 시장의 유동성이나 투명성 확보 등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아직까지 법인의 경우 가상자산 자체에 대한 이슈, ETF에 대한 형평성 있는 과세 처리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이들을 동시에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해외는 가상자산·웹3 진흥 기관이 생기고 있는데, 우리도 필요하진 않을지
싱가포르나 아랍에미리트 같은 곳에서 가상자산 및 웹3 진흥을 위해 기관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다만 이들 국가들은 한국과 달리 제조업 기반이 약해서 그러한 스탠스가 중요할 것이다. 일단은 규제를 풀어 우리 국민의 디지털 리터러시에 기대는 자생적 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가상자산 산업 육성이 청년 투자 기회와 국가 성장 전략에 도움이 된다고 보나
원칙적으로 당연히 도움이 된다. 블록체인 기술은 전반적인 거래기록 관리와 계약 자동화를 도울 수 있는 첨단기술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상자산 기술 개발은 유도해야 한다.
굳이 우선순위를 보자면 인공지능(AI), 바이오 분야, 양자컴퓨팅, 첨단반도체, 휴머노이드 로봇 등 일반적으로 경제안보 차원에서 육성해야 할 산업은 이미 정해져 있고, 특히 첨단제조업 강국인 한국이 이러한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청년 투자 기회 및 국가 성장 전략을 위해서는 (블록체인을 포함한) AI, 바이오, 첨단반도체 분야 등에 우선 투자하는 것이 정책 차원에서 효과적일 것이다.
▷국내 가상자산 정책은 산업 육성보다 규제·과세·보호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있다. 산업 활성화를 위해 바뀌어야 할 포인트가 있다면
일단은 대기업이 들어와 생태계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해외는 IBM, 비자(VISA),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기업들이 들어와 가상자산 산업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의 원천기술인 블록체인은 근본적으로 AI와 같은 범용 기술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혁신 역시 필요하지만 대규모의 투자가 병행되어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24년 블록체인 현황조사를 보면 매출액이 10억도 안 되는 관련 기업이 45%가 넘는 것으로 나온다. 벤처 기업이나 이노비즈 기업과 같은 개발단계 기업만이 지나치게 높아 성장 탄력이 붙지 않는 것. 대기업들이 미래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들어올 수 있는 규제 환경 등을 조성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융시장 중심의 블록체인 기술 발전 방향이 가장 타당해 보인다. 해외에서도 씨티(Citi), 제이피모건(JP Morgan) 등 금융기업을 필두로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통해 금융거래를 효율화하여 블록체인 산업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모든 자산의 토큰화 경향은 막을 수 없고 빠르게 오고 있기 때문에, 이 토큰화된 자산이 거래될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고, 관련 기술 개발 역시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이영민 블루밍비트 기자 20min@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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