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부지역을 집어삼킨 ‘괴물 산불’이 비가 내리고 바람이 잦아들면서 발생 149시간 만인 28일 오후 5시께 모두 진화됐다. 산림당국이 주불을 진화할 ‘골든타임’으로 보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필사의 진화 작업에 나선 결과다. 다만 이번 주말까지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예고돼 있어 산림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전국에서 산불 진화 헬기 120대, 진화 인력 7052명, 장비 955대를 투입해 대대적인 진화 작전을 벌였다. 헬기는 경북에 77대, 경남에 43대가 집중 배치됐으며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헬기도 50여 대 지원됐다. 소방 인력 2253명과 군·경찰 2588명도 현장에서 작전을 펼쳤다.
이런 상황에서 27일과 28일 사이 의성을 비롯해 안동, 청송, 영양, 영덕에 비가 내렸다. 비는 1~3㎜로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산불이 번지는 속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비의 영향으로 연무가 상당히 줄어 헬기 진화에도 도움이 됐다. 특히 안동 지역에는 28일 0시가 지난 직후 우산이 필요할 정도의 비가 20분 정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풍속도 초속 2∼3m로 느려졌다.
이에 산림당국은 28일 날이 밝자 헬기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불길을 잡았고 이날 오후 5시를 기해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를 선언한 뒤 잔불 처리와 뒷불 감시에 들어갔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적은 양이지만 산불 진화 작업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1주일째 이어진 이번 경북 산불에 따른 산불영향구역은 이날 오후까지 4만8210㏊로 집계돼 역대 최대 산불 피해를 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산불 피해 범위는 더 넓어질 수도 있다. 지금까지 안동과 영덕 등에서 주민 등 28명이 사망했고, 주택 등 시설 2894곳이 불에 타는 피해를 봤다. 경상북도는 산불 피해를 본 5개 시·군 27만여 명에게 1인당 3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소방당국은 주말까지 잔불 진화를 이어갈 방침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9일 산불 피해 지역 등에는 건조한 대기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풍도 주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됐다.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봄철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겹치면 작은 불씨도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권용훈/안동=오경묵/류병화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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