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주행차는 일반 차보다 10배 유용합니다. 이미 만든 차량에 소프트웨어만 업그레이드하면 되니 비용은 똑같습니다. 증시에서 과거만 보는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들 겁니다. 그러니 (테슬라) 주식을 꼭 붙잡고 계세요.”
예고 없던 회의였습니다. 지난 20일 밤(현지시간) 테슬라는 소셜미디어 X에 ‘1분기 전원회의(all-hands)’라는 이름의 라이브 영상을 띄웠습니다. 방송 20여분 만에 등장한 이는 놀랍게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였습니다. 머스크는 직원들 앞에서 1시간 동안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회사의 현황과 비전을 설명하고 테슬라 불매 운동 등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 6일자 <테슬람이 간다>는 테슬라 주가가 급락한 이유에 대해 한 차례 분석한 바 있습니다. 월가 분석가들은 내달 초 발표될 테슬라 1분기 차량 판매량(컨센서스 37만8000대)이 전년 동기(38만7000대) 대비 줄어들 것으로 점치고 있지요. 주력 상품인 모델Y 새 버전(주니퍼)의 생산 전환으로 인한 판매 정체로 1분기 실적이 악화될 전망입니다.

여기에 테슬라를 겨냥한 테러와 불매 운동으로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겹쳤습니다. 미 정부효율부(DOGE) 수장 머스크의 ‘정치 리스크’입니다. 공무원을 해고하는 등의 정치적 활동이 민주당 등 반대편 세력에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습니다. 미국 전역의 테슬라 매장에 시위대가 몰려왔습니다.
일부는 테슬라 차량을 파손하고 충전소 슈퍼차저에 불까지 질렀습니다. 펨 본디 미 법무부장관은 “테슬라에 대한 공격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달에만 테슬라를 공격한 48건의 사건을 접수했습니다. FBI는 10명의 전담팀을 구성하고 수사에 나섰습니다.

테슬라 강세론자인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연구원마저 지난 18일 CNBC 방송에 출연해 작심한 듯 머스크를 비판했습니다. (그의 테슬라 목표주가는 월가에서 가장 높은 550달러입니다) “테슬라의 미래는 머스크가 향후 몇 달간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테슬라가 엔비디아와 함께 향후 10년 최고의 혁신 기업 중 하나라고 믿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머스크가 공장에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주주들이 좌절하고 있다. 테슬라가 곧 머스크다. 그는 회사 일과 DOGE 활동 간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

테슬라 전원회의는 아이브스의 방송 이틀 만에 열렸지요. 이에 X에선 머스크가 그의 인터뷰를 본 게 아니냐는 말들이 오고 갔습니다. 아이브스 역시 “머스크가 전원회의를 통해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등 큰 진전을 이뤘다”고 평했습니다. 실제 테슬라 주가는 회의 이후 급반등해 270달러를 회복했습니다.

◎ 테슬라 1분기 전원회의 키노트
1. 내년 누적 차량 생산 1000만대, 대부분 완전자율주행 가능.
2. AI 훈련용 슈퍼컴 ‘코르텍스1’에 GPU 5만개 탑재. 10만개 이상으로 늘릴 것
3. 자체 개발 슈퍼컴 ‘도조1’ 현 테슬라 AI 훈련의 5~10% 담당
4. 사이버캡(로보택시) 제조 공정은 초고속. 전자제품 라인 같다.
5. 로봇 옵티머스 첫 생산 라인 가동. 올해 5000대 만들 것.
6. 배터리 애노드(anode) 자체 생산도 고려.
7. 전기 비행기(초음속 VTOL 제트기)를 만들고 싶지만 여력이 없다.
8. 미래 지구 전력의 90% 이상이 태양광과 배터리에서 올 것.
9. 테슬라의 사명은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넘어 ‘지속가능한 풍요로움’으로 바뀔 것.
10. 삶의 지혜, 늘 호기심을 유지하고 책을 많이 읽어라.

이 중 9번째 메시지를 주목해야 합니다. 머스크는 이날 회의에서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풍요로움’을 여러 번 언급했습니다. 이를 위한 ‘마스터 플랜4’가 필요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마스터 플랜은 머스크가 약 8~10년 주기로 내놓는 회사의 장기 비전입니다. 과거 대중 전기차, 탈탄소 에너지, 자율주행, 로보택시 아이디어가 이 플랜에 언급됐지요.
테슬라는 작년부터 자율주행과 로봇 등 인공지능(AI) 사업을 통해 제2 성장의 물결을 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테슬라가 더는 전기차나 에너지 회사에 국한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AI 회사에 걸맞은 새 비전으로 ‘모든 이를 풍요롭게 한다’는 메시지를 제시한 겁니다. 테슬라 장기 투자자라면 기억해야 할 키워드입니다.

머스크가 테슬라의 ‘알파요 오메가’인 동시에 ‘가장 큰 리스크’라는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었지요. 2022년 트위터 인수 당시에도, 2018년 테슬라 상장폐지 논란 때도 불거진 문제였습니다. 블룸버그는 “머스크가 DOGE 수장으로 활동하기 전부터 테슬라를 비롯해 스페이스X, X, xAI, 보링컴퍼니, 뉴럴링크 등 6개의 회사를 이끌고 있었다”며 “그가 테슬라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위 ‘머스크가 테슬라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그의 시선은 20년 전부터 지구 밖 화성을 향해 있는데, 사람들은 왜 CEO가 회사에 더 집중하지 않냐고 아우성치는 형국입니다. 그는 아이브스의 조언대로 정치와 기업 활동 간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요. 테슬라 주가는 주주들이 기대하는 400달러 이상 전고점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결국 머스크에게 달린 일입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모빌리티 & AI 혁명’을 이끄는 혁신기업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AI & 로봇 컴퍼니’로 전환하는 테슬라와 투자를 다룬 책 「테슬라 리부트」를 출간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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