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업이 최근 이어진 주주총회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잇달아 강조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해 글로벌 ESG 기조가 약화할 것이란 분위기에도 ESG 경영 동력은 꺾이지 않은 것이다. 한 대기업 ESG담당 임원은 “당장은 화석연료를 많이 쓰도록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결국 기업은 환경과 사회구조를 생각하지 않고 사업할 수 없다”며 “중단 없는 ESG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주총에서 정관에 ESG 경영 근거를 새로 마련한 기업이 잇따랐다. 지난 14일 열린 주총에서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을 정관에 추가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표적이다. 2021년 설치해 운영 중인 ESG위원회를 이사회 안에 추가함으로써 ESG 경영에 힘을 더 실어준 것이다. 한미약품도 주총에서 이사회에 ESG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의결했다.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5일 주총에서 기업 정관에 ESG 경영 방침을 아예 명문화했다. 환경 보호, 지역사회 상생, 투명성 강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 등 세부 내용과 함께 ‘지속 가능한 엔터테인먼트산업’을 위한 정관 전문을 마련했다.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ESG 경영을 경영 원칙으로 정관에 넣은 첫 사례다. JYP엔터는 이날 ESG 전문가인 이정민 김앤장 ESG 컨설턴트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최고경영자(CEO)가 ESG를 새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기업도 많다. “ESG 경영을 충실히 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높여갈 것”(허윤홍 GS건설 대표), “ESG 등 미래 경쟁력을 선도할 수 있는 분야에서 적극 투자해 성과를 낼 것”(양종희 KB금융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ESG 경영이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이라는 인식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도 ESG 경영 강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24일 주총에서 “ESG 분야의 중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한 상장사의 재무담당 임원은 “국내 주요 기업은 ESG를 단순한 유행 키워드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 변수로 보고 있다”며 “ESG 경영이 글로벌 사업 수주나 시장 진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만큼 ‘결국엔 가야 할 길’이란 인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204곳으로 전년(161곳)보다 26.7% 늘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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