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군과 하동군에서 발생해 하동군·진주시·지리산국립공원까지 번진 대형 산불이 213시간 만에 꺼졌다. 주불은 진화했지만 여전히 곳곳에 잔불이 남아 있고, 고온 건조한 날씨와 강한 서풍 예보까지 더해지며 완전 진화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30일 “산청·하동 산불의 주불을 오후 1시께 모두 진화했다”며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 면적은 축구장 2602개에 달하는 1858㏊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1일 경북 의성군을 시작으로 전국 11개 지역에서 잇달아 발생한 산불은 열흘 만에 모두 진화됐다.임 청장은 “산불 현장이 해발 900m의 높은 봉우리에 있어 접근에 필요한 임도가 없고, 활엽수 낙엽층과 밀도가 높은 작은 나무 및 풀 때문에 진화 인력의 현장 투입도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또한 “산불 연기와 안개가 섞인 연무로 인해 산불 진화 헬기 운항에도 많은 제약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때 불길은 지리산 천왕봉 4.5㎞ 지점까지 근접했으나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헬기 50대와 군·경찰·미군을 포함한 진화인력 1473명을 총동원해 화재 확산을 저지했다. 진화대원들은 험준한 지형과 낙엽층 깊숙이 번진 불씨와 싸우며 이른 아침부터 교대 없이 작업을 이어갔다.
시설 피해도 막대하다. 산불 영향 구역이 서울 면적의 80%에 해당하는 4만8238㏊에 이르고, 전소된 주택만 3379채, 전체 피해 시설은 6322건에 달한다. 또한 의성 고운사 연수전과 가운루 등 보물 2건을 포함해 국가 지정 11건, 시·도 지정 19건 등 30건의 문화재도 피해를 봤다. 안동 남후농공단지에선 연매출 수십억원 중소기업 13곳이 전소되고 9곳이 일부 피해를 입었다.
정부는 앞서 경북 경남 울산에 재난 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안동 청송 영양 영덕 의성 산청 하동 울주 등 8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산불 사태와 관련해 “10조원 규모 필수 추경을 추진해야 한다”며 피해 지역 주민에 대한 신속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날 경상남도는 산불 피해가 많은 산청군 시천면과 삼장면, 하동군 옥종면 주민 1만여 명에게 1인당 3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경상북도는 전날 안동시 의성군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 등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5개 시·군 주민 27만4000여 명에게 1인당 30만원씩, 810억원 규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31일부터는 영남 지역에 고온 건조한 서풍까지 불 것으로 보인다. 서풍은 소백산맥을 넘으며 수분을 잃어 더 건조하고 온도도 높아져 당분간 영남 지역은 건조한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산청 산불의 원인이 된 용의자 수사와 함께 지난 22일 산불 진화에 투입된 창녕군 공무원 1명과 광역산불대원 3명이 사망한 데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조사를 하고 있다.
권용훈/임호범/김영리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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