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법인으로 발령받은 오리온 직원들은 남다른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32년 전 중국에 첫발을 내딛을 때부터 그랬다. 한중 수교 다음해인 1993년 담철곤 회장은 중국 시장 진출의 첨병으로 뽑힌 베이징 사무소 직원들에게 말했다. “중국에서 뼈를 묻으셔야 합니다.”

기약없이 떠난 오리온 중국 법인 직원들은 배수의 진을 치고 현지화에 매달렸다. 한한령 등의 여파로 중국에서 철수한 기업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서도 오리온이 수년째 1조원 넘는 매출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이다.

중국에서 영업 이익률은 19.2%로 한국 식품업계 최고 수준으로 글로벌 경쟁 회사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안정적인 영업 덕분에 오리온은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중국 법인으로부터 배당금(1335억원)을 받았다. 오리온은 앞으로 매년 배당을 받기로 했다.

중국 시장의 금자탑은 철저한 현지화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오리온 중국 법인의 현지화 노력은 업계에서도 유별나다. 지금까지 중국 법인으로 떠난 주재원 가운데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은 한 손에 꼽힌다. 중국에서 일했던 전우영 상무는 한국에 돌아왔다가 4년만에 다시 올해 중국 법인 연구소장으로 떠났다. 신현창 오리온 경영지원팀 이사는 “우리 직원들은 식문화를 포함한 중국의 문화 전체를 깊이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맛을 찾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랑팡, 상하이, 광저우, 심양 등 중국 안에 6개 공장을 두고 중국인 입맛에 최적화한 상품을 생산한다. 중국인들이 싫어하는 거친 식감을 없애는 건 기본이다. 석회질이 많은 물로 한국에서와 같은 품질의 초코파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도 공을 들였다. 이런 노력들 덕분에 초코파이, 오!감자, 스윙칩, 예감 등 4개 제품들이 지난해에만 1000억원 이상씩 팔렸다.
오!감자 매출은 2588억원, 초코파이도 1905억원에 이른다. ‘야투도우’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오!감자는 한국에서 접할 수 없는 맛이 여럿이다. 토마토맛, 스테이크맛, 치킨맛 등을 중국에서만 판다.

오리온은 유통망 개편으로 중국 시장을 더욱 효율적으로 파고들 계획이다. 지역 딜러와 유사한 개념의 경소상을 제품 판매의 핵심 채널로 삼으면서다. 오리온은 일부 제품은 경소상에 주면서도 일부는 대형 할인점에 직접 납품하는 방식을 취해왔는데 이제는 대형 할인점 납품조차 경소상을 통하도록 했다. 오리온은 경소상으로부터 반품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재고관리에 유리하다.

경소상들의 힘이 커지면서 매출을 늘리는데 더욱 유리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승준 오리온 대표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중국 법인은 지난해 간접영업체제 전환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됨에 따라 올해는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겠다”며 “간식점, 창고형 매장 등 성장 채널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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